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기후 재앙을 겪는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COP27에서 사메 수크리 의장(이집트 외무장관)은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는 총회 합의문이 최종 채택됐다”고 밝혔다. COP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매년 열린다. 27은 총회 회차를 의미한다.
이 기금은 기후 재해로 피해를 본 국가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조성한다. 최근 10년여간 기금 마련을 주장해온 개도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셈이다.
이번 총회에서 지구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하자는 2015년 파리 기후협정의 내용은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추가 방안은 합의문에 담지 못했다. 유엔 기후총회, 모든 화석연료 감축은 불발
브라질 등 감축 규제 강화에 반대…지원 대상에 中 포함 여부도 논란‘손실 및 피해’ 보상기금 마련을 주도한 건 134개 개발도상국그룹을 이끈 파키스탄이었다. 파키스탄은 지난여름 기록적인 홍수로 1500여 명이 사망하고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피해를 봤다.
총회에서 최빈국들을 대변한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장관은 “이번 발표는 기후위기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 세계 취약지에 희망을 준다”며 “우리는 지난 30년간 분투했고, 그 여정은 오늘 샤름 엘 셰이크에서 첫 긍정적 이정표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간 선진국들은 기후 재난 피해 지원금을 별도로 마련하지 말고 기존에 제공하던 개발도상국 기후적응기금에 합치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COP27 막바지 유럽연합(EU)이 “지원은 가장 취약한 국가에 집중돼야 한다”는 조건하에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마련에 동의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지난 19일 미국도 이 기금 안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미국과 중국 정상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14일 만난 뒤 기후 문제 논의를 재개하기로 한 점도 합의 타결에 영향을 미쳤다.
기금 수혜 대상을 놓고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EU와 미국은 중국을 기금 수혜국이 아니라 공여국으로 보고 있다. 반면 유엔은 중국을 기금 수혜 명분이 있는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번 합의안에 담기지 못한 기금의 재원 마련 방안도 문제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조 바이든 행정부가 25억달러 규모 기후기금 조성을 추진했지만 실제 마련한 자금은 10억달러에 그쳤다”며 “기후 원조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된 만큼 기금에 자금이 지원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총회에서 석탄 발전뿐 아니라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전반의 사용을 줄이자는 선진국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화석연료 배출량의 감축 규제 강화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기후정책을 조율한 프란스 티메르만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의 저감 노력이 담기지 않았다”며 “더 많은 것을 이뤄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지구는 아직 응급실에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을 과감하게 줄여야 하는데 이번 총회에선 이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회의는 지난 6일부터 18일까지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2주간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격론이 벌어지면서 20일에야 폐회 본회의가 열렸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