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 자리에 문화공간 조성 나선 은행들

입력 2022-11-20 17:42
수정 2022-11-21 00:25
하나은행이 지난 8일 서울 을지로에 연 복합 예술문화공간 ‘H.art1’은 평일 낮에도 젊은 관람객으로 북적였다. 1층 카페를 이용하거나 2층에 전시된 예술 작품을 감상하면서 저마다 여유와 운치를 즐겼다. 이곳을 찾은 대학생 유모씨(23)는 “카페에 들렀다가 다른 층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올라왔다”며 “현대적인 작품이 많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곳은 하나은행이 옛 을지로기업센터 지점의 유휴 건물을 리모델링해 개관한 복합 예술문화공간이다. 건물 2층에는 예술품 관리와 보관을 겸하는 ‘수장고’ 형태로 전시 공간이 만들어졌다. 하나은행은 여기서 자체 보유 중인 예술품 110여 점을 무료 공개했다. 올 4분기부터는 고액자산가 전용 미술품 보관 시설과 신진 작가들의 전시 및 커뮤니티 공간을 추가로 조성할 방침이다.

은행권에서 일선 영업점을 축소하고 이에 따른 유휴 시설을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미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 확대로 이용객이 줄어든 오프라인 점포를 재활용하고 이색 장소를 선호하는 20·30대 젊은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서울 명동에 사회적협동조합 ‘스윗’과 제휴해 ‘카페스윗 쏠(SOL)’을 개점했다. 카페스윗 쏠은 청각장애 청년 바리스타를 채용하고 있다. 명동점 외에도 신한은행 본점 1호점, 신한금융그룹 백년관점 등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국민은행도 2018년 서교동 지점을 공연장과 전시 공간을 동시에 갖춘 ‘KB락스타 청춘마루’로 리모델링했다. 청년 스타트업 제품 기획전, ‘노랑계단’ 버스킹 등 청년들이 스스로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고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한 테마형 점포를 조성한 사례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8월 서울 마포에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함께 ‘원 레코드(WON RE:CORD)’ 지점을 열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