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스 멤버인 존 레넌과 가수 세라 브라이트먼, 세계 여자 테니스 스타 모니카 셀레스, 멜라니아 트럼프 전 대통령 부인의 공통점이 있다. 출생 국가는 달라도 미국 영주권자라는 점이다.
영주권을 획득한 방법도 같다. 이른바 ‘아인슈타인 비자’라는 걸 통해서다. 공식 명칭은 EB-1 비자로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와 최고급 엘리트에게만 발급된다. 구체적으로 과학과 예술, 체육, 기업 경영 등에서 큰 성과를 낸 이들만 받을 수 있다.
이민 통해 인재 받는 美아인슈타인 비자는 노벨상 수상자, 올림픽 우승자, 오스카상 수상자, 다국적 기업 고위 임원 등이 대상이다. 전체 영주권 발급자 가운데 0.3%에 불과해 희소성이 높다. 매년 5000명 안팎에게만 발급되며 한 국가 비율이 전체의 7%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미국이 아인슈타인 비자 제도를 시행하는 건 우수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우수 인력이 미국으로 들어와 각 분야에서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창구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들은 미국의 까다로운 비자 심사 문턱을 거치지 않는다. 근무 증명이나 보증인도 필요하지 않다. 보통 6개월 내 비자를 발급받아 10년간 아무 제약 없이 미국에 거주할 수 있다. 10년 유효기간 내 일정 요건을 갖추면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고 유효기간이 지나면 갱신도 가능하다.
아인슈타인급은 아니어도 특별한 재능이나 업적이 있는 해외 인재들에겐 O-1 비자를 준다. 3년 동안 미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1년 단위로 무제한 갱신하는 선택권도 준다. 일정 조건을 갖추면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전까지만 해도 아인슈타인 비자는 매년 늘었다. 2017년에 EB-1 비자 신청 건수가 9465건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이 가운데 8510명이 그해 EB-1 비자를 받았다. ‘인구의 힘’으로 中에 재역전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해외 고급 인력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문호를 확대했다. 미국에 장기 거주하면서 취업할 수 있는 과학기술 분야 학위를 22개 추가했다. 또 해외 직원들의 자녀가 성인이 되면 미국을 떠나야 하는 ‘에이징 아웃’ 이민 정책을 풀어달라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은 이민을 통해 꾸준히 인구를 늘리고 있다. 미국 인구는 2006년 3억 명을 넘어선 뒤 매년 200만 명 이상씩 늘었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도 해마다 20만 명씩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연방정부는 내다보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해 말 3억3291만 명이던 미국 인구는 2040년께 4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여느 선진국과는 다른 추세다.
물론 미국도 출산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7년 2.07명이던 출산율은 2020년 1.64명으로 떨어졌다. 2015년 이후 6년째 내리막길이다. 미국은 저출생 문제를 이민으로 해결하고 있다. 1980년대 62만 명이던 연평균 이민자는 2010~2019년에 106만 명으로 늘었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최종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 중 하나가 이민을 통한 저출생 문제 해결이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2033년이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중국에 역전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다 2056년에 미국이 중국에 재역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이민 등으로 미국 인구가 계속 늘어 성장률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데 비해 중국은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으로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