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사진)가 한국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사우디 등 중동에 방산 수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8일 “빈 살만 왕세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국내 방산제품에 큰 관심을 드러내면서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며 “중동지역 수출 확대를 위해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7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회담에서 “사우디 ‘비전 2030’ 실현을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강화해나가길 희망한다”며 “특히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의 세 분야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고 밝혔다. 양국 실무진 간 사전 협의에서 양국 협력 분야를 논의하긴 했지만, 빈 살만 왕세자의 K방산에 대한 발언과 관심은 기대 이상이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산 무기에 관심이 높은 것은 국제정치적인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의 주된 무기 수입 대상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게 이유로 꼽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가 민간인을 살상했다는 의혹을 받자, 두 나라에 살상용 무기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 석유값 안정을 위해 사우디를 방문한 직후 사우디가 미국 측 요청을 외면하고 감산 결정을 내리자 양국 관계는 더 악화됐다.
사우디는 세계 2위 무기 수입국으로, 미국이 수출하는 무기의 약 4분의 1을 수입하는 핵심 ‘고객’이다. 국내 방산업계는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소원할수록 우리에게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선 △미사일·대공화기 △장갑차 △군함 등이 유력한 수출 대상으로 꼽힌다.
구체적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복합 대공화기 ‘비호’, 현대로템의 ‘K2 흑표’ 전차, 한화디펜스의 ‘AS21 레드백’ 등이 수출 제품 후보로 거론된다.
좌동욱/김동현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