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거장’으로 꼽히는 극작가 미하일 쿤체(80·오른쪽)와 작곡가 실베스터 러베이(78)가 베토벤을 주인공으로 하는 세계 초연 뮤지컬 공연을 국내에서 올린다.
18일 쿤체와 러베이는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늘에 있는 베토벤도 만족하며 볼 수 있을 정도로 음악적으로 완성도 높은 뮤지컬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쿤체는 독일 출신의 세계적 극작가이자 뮤지컬 작사가다. 러베이는 헝가리 출신으로 미국 그래미어워드 등을 받은 스타 작곡가다. 두 사람은 뮤지컬 ‘모차르트!’ ‘레베카’ ‘엘리자벳’ 등 세계적인 스테디셀러 뮤지컬을 만든 이른바 ‘환상의 짝꿍’이다.
내년 1월 1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하는 이 작품은 한국의 공연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만드는 다섯 번째 창작 뮤지컬이다. 유럽 정통 뮤지컬을 제작하는 데 특화한 EMK가 선보이는 신작인 데다 국내 뮤지컬계 스타 배우 박효신 옥주현 박은태 등을 캐스팅해 업계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꼽힌다. 쿤체와 러베이는 이번 작품 준비를 위해 베토벤과 관련한 역사적 사료를 조사하고, 그가 작곡한 모든 곡을 듣고 선별하느라 6~7년이 걸렸다고 한다.
작품은 베토벤의 인간적인 모습을 주된 소재로 삼는다. 1810~1812년 40대 초반의 베토벤이 귀족 여인 토니 브렌타노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청력을 상실한 그가 토니로부터 정신적 치유와 위로를 받지만 유부녀인 그녀와 끝내 이뤄질 수 없는 고독한 사랑을 그렸다. 쿤체는 “베토벤의 실제 유품에서 발견된 편지 내용을 바탕으로 가사를 썼다”며 “위대한 음악가가 아니라 외롭고 영혼의 상처가 많은 한 인간이 사랑으로 구원받는 보편적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뮤지컬 속 모든 넘버(노래)는 ‘비창’ ‘월광’ ‘운명 교향곡’ 등 베토벤 곡을 기반으로 만들었다. 러베이는 “작곡할 때 최대한 베토벤 원곡의 음악 선율을 살리되 뮤지컬 형식에 맞게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며 “베토벤의 음악이 너무 유치하거나 남발되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작품을 통해 뮤지컬 애호가에겐 클래식에 다가갈 수 있게 하고, 클래식 애호가들은 뮤지컬 장르에 관심을 갖게 하는 일종의 문화적 확장을 이루고 싶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음악가가 주인공인 데다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뮤지컬을 한국에서 초연하게 된 사연도 밝혔다. 쿤체는 “유럽에서 베토벤은 하나의 신화 같은 인물이라서 그를 소재로 뮤지컬을 제작하는 데 대한 장벽이 있다”며 “한국 관객들이라면 좀 더 객관적인 시선에서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봐줄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러베이는 “그동안 우리의 이전 작품들이 한국에서 높은 수준으로 구현된 것을 보면서 한국 배우와 제작사에 대한 신뢰가 쌓였고, 한국 관객들도 유럽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체감했다”며 “전 세계 관객에게 선보이기 전에 한국에서 초연하는 게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