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CPI '40년 8개월'만 최대인데…"금리인상 당분간 없다"

입력 2022-11-18 16:43
수정 2022-11-18 16:44
지난달 일본 물가가 40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기록적인 엔저가 더해져 수입 물가가 전방위 급등한 영향이다. 그러나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일본은행은 당분간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10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달보다 3.6% 상승했다고 18일 발표했다. 2차 오일쇼크의 영향을 받은 1982년 2월(3.6%) 이후 최고치다. 시장 추정치인 3.5%도 웃돌았다.

일본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8월부터 14개월째 오름세다. 올 들어서는 상승폭도 키우고 있다. 1월 0.2%였던 CPI 상승률은 4월부터 2%대로 높아졌다. 9월 상승률은 3.0%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엔저까지 겹친 여파다. 지난달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32년 만에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엔·달러 환율은 29.2% 뛰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비용 압박을 받는 일본 기업들이 에너지부터 식품까지 제품 가격을 전반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럼에도 일본은행은 통화완화 정책을 당분간 이어갈 전망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CPI 발표 후 “상승률이 상당하다”면서도 “지금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일본의 경제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일본은 에너지와 식품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에너지의 94%, 식품의 60%를 수입에 의존한다. 엔저가 심화되면 에너지와 식품 물가가 뛰어오르는 구조다.

10월 신선식품을 제외한 일본 식품 물가 상승률은 5.9%로 1981년 3월 이후 가장 컸다. 일본 리서치업체 테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에서 가격이 인상된 식품 가짓수는 6700개에 이른다. 에너지 물가 상승률은 15.2%로 전월(16.9%)보다 하락했지만 13개월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10월 CPI 발표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다른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조사 대상인 522개 품목 중 약 80%인 406개가 전년 같은 달보다 가격이 인상됐다. 9월(385개)보다 인플레이션 영향을 받은 품목이 늘었다. 이와시타 마리 다이와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더 많은 기업들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CPI는 지난 4월 이후 7개월째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2%)를 웃돌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행은 임금 인상으로 인한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을 달성할 때까지 양적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의 고물가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엔저가 원인인 만큼 경기회복이라는 일본은행의 정책 목표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구로다 하루히고 일본은행 총재는 “물가상승률 2%를 유지하려면 임금 인상률이 3%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은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도 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환율이 진정되면 물가상승률이 둔화될 것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당장 올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구로다 총재는 10월 CPI를 두고 “상승세가 상당하다”고 평가했지만 “다음 회계연도에는 물가상승률이 2%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기존의 전망을 고수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