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내고, 피해는 학생들이 봤습니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소송으로 끌고 가는 바람에 대형 로펌만 이득을 본 셈입니다.”(김정선 변호사)
“문제 완성도가 떨어져도 잘못된 답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평가원의 답변을 이해하기 어려웠어요.”(임준하 씨)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소송’을 낸 임준하 씨와 김정선 변호사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와 같은 일이 없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수능 생명과학Ⅱ 과목 20번 문제의 오류를 두고 출제기관인 평가원과 법정 다툼을 벌였다. 임씨는 응시자 가운데 한 명이었고, 김 변호사는 소송을 이끈 변호사였다. 이 문제는 동물의 집단 수가 음수(-)가 되는 오류가 있었지만, 평가원은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응시자 92명은 소송까지 하게 됐다.
전남대 의예과에 재학 중인 임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수시 면접과 소송을 같이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EBS 수능특강’에도 같은 오류가 있는 문제가 있어 직접 이의를 제기해 정정한 바 있다”며 “동일한 오류라 평가원도 오류를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변별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에 소송까지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학생들을 위해 무료 변론을 자처했다. 그는 “오류가 명백함에도 평가원이 인정해주지 않는 태도에 속에서 뭔가가 올라왔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학생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고 ‘뒷일 생각 말고 일단 해보자’며 소송을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하루아침에 원고가 된 학생들은 ‘집단지성’을 발휘해 변론 준비를 도왔다. 이들은 국내 학회와 석학들에게 문제 오류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고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임씨는 “국내 학회들은 수능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기를 꺼렸다”며 “그러자 92명 중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해외 학회나 석학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보자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오히려 기성세대보다 젊은 학생들이 ‘잘못된 것을 바꿔야 한다’는 의지와 용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소송은 학생들의 승리로 끝났다. 김 변호사는 판결 이후 평가원의 대처가 아쉬웠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 사태로 평가원장만 사퇴하고 실무자는 오히려 진급했다”며 “수능 이의심사위원장도 외부 인사로 바꿨지만 비슷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외부 인사에게 떠넘기진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