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센터는 17일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2.3%에 불과하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에 따른 후유증이 가시화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제금융센터 2023 설명회'에서 2023년 세계경제·국제금융시장 전망 및 주요 이슈에 대해 발표했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운을 뗐다. 그는 "2023년은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의 후유증이 가시화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주요국의 고강도 통화긴축 파장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신용리스크 부상, 금융 시스템 불안, 부채 부실화 등의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중 갈등 격화 등 지정학적 충돌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제금융센터는 2023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3% 내외로 올해 3.1%보다 하향 조정했다.
전 세계가 동시에 침체되는 글로벌 침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의 경우 고강도 긴축 여파로 올해(1.8%)에 비해 내년에는 0.2%로 대폭 내려갈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고금리로 인한 투자 감소와 금융 여건 긴축 등으로 완만한 경기 침체를 겪을 수는 있다"며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불확실성 등으로 내년 성장률이 기존 3.1%에서 0.2%포인트 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통화긴축 부작용, 유럽 에너지난, 지정학적 돌발 사태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는 분석이다. 정현민 국제금융센터 리스크분석본부장은 "세계 성장률이 2% 아래로 추가 하락할 경우 우려했던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며 "세계은행은 인플레이션 기대 악화 시 0.5~1.7%, 국제협력기구(OECD)는 유럽에너지난이 심화되면 1.8%의 성장률을 하방 시나리오로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신흥국은 대외수요 위축, 부채 누적 등 경기 불황이 없다면 올해 수준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일본의 경우 올해 1.6%에서 내년 1.4%로 완만한 성장이 지속되고, 중국은 올해 3.1%에서 내년 5% 근접하는 수준으로 회복세가 예상된다. 다만 튀르키예, 아르헨티나 등 취약 신흥국의 경우는 위기감이 지속될 수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거론됐다. 황인선 국제금융센터 부원장은 "Fed는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을 단행해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지만, 신뢰도가 약화됐다"며 "내년 미국 경제는 밝은 전망과는 달리 깊은 경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