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우유 사먹을 이유 없다"…소비자들 꽂힌 '이 제품' [현장+]

입력 2022-11-18 20:00
수정 2022-11-18 21:51

"우리 가족은 거의 매일 아침 우유에 시리얼을 먹거든요. 그래서 우유 가격에 상당히 민감한데 가격이 또 오르니 이젠 더 싼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네요."

지난 17일 주요 유업체들이 원유 가격 인상을 반영해 우유 가격을 인상하자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은 체감 우유값이 확실히 올랐다고 입을 모았다. 900mL 용량 우유가 2800원대 후반으로 가격이 뛰어 1L 기준으로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3000원을 넘기면서다. 비교적 값이 저렴한 대형마트 'PB(자체 브랜드) 우유'를 찾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선 주요 유업체의 흰 우유 인상분이 반영돼 1L 기준 3000원 안팎의 가격표가 나붙었다. 서울우유 2870원(1L), 매일우유 2840원(900mL), 남양 맛있는 우유 2860원(900mL)에 판매되고 있었다.

주부 성모 씨(64)는 "건강상 칼슘을 많이 섭취해야 해 원유 함량이 높은 편인 브랜드 우유를 사 먹었는데 많이 비싸져서 이젠 사 먹기 부담스럽다"면서 혀를 찼다. 직장인 김모 씨(28)도 "아무리 마트 PB 우유가 값싸도 브랜드 우유만 먹었는데 가격이 너무 올랐다. 2800원대라고 하지만 1L로 환산하면 3000원 넘는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늘어나는 우유값 부담에 값 싼 마트 PB 우유에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도 감지됐다. 대형마트 PB 우유 제품 가격은 주요 유업체 제품 대비 1000~1300원 정도 싼 것으로 파악된다.

이마트의 경우 노브랜드 '굿모닝 밀크'(1L) 가격이 1580원으로 동일 용량 서울우유보다 1290원 저렴하다. 이달 말까지 '피코크 더 클래스 우유'(900mL)를 2480원에서 1984원으로, '피코크 에이 클래스 우유'(900mL)를 2600원에서 2080원으로 할인해 판매한다.

이 가운데 '피코크 에이 클래스 우유'는 매일유업에서 제조하는 우유로 소비자들에게 기존 매일우유와 맛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피코크 에이 클래스 우유와 매일우유는 성분과 제조과정이 똑같고 동일한 공장에서 생산된다.


마트 PB 우유는 저렴한 이유가 있다. 유업체 입장에선 PB 브랜드에 우유를 납품하면 재고 처리가 가능해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 재고를 저렴한 PB 상품으로 만들어 납품하는 것이 재가공이나 폐기 처분하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롯데마트는 PB 상품 '온리 프라이스(Only Price) 1등급 우유'(930mL) 두 개 묶음을 35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홈플러스는 PB 상품 '1A 저지방 고칼슘 우유'(900mL)를 1980원, '심플러스 1등급 우유'(900mL) 두 개 묶음을 3490원에 각각 팔고 있다.

최근 고물가 여파로 저렴한 가격대 PB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경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18일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16일 노브랜드 '굿모닝 밀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올해 들어 이마트 PB 우유 제품 구매경험도가 한때 다른 유업체 브랜드 우유들을 제치고 업계 부동의 1위 서울우유에 이은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주부 이모 씨(33)는 "원유 함량이나 영양소 성분에 대한 의심 때문에 그동안 마트 PB 우유는 처다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기존 브랜드 우유 제품과 마트 PB 우유가 별 차이가 없다고 들었다"면서 "우유 영양 정보와 원유 등급이 똑같다면 굳이 비싼 브랜드 우유를 택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주부 박모 씨(36)도 "그동안은 서울우유나 매일우유를 주로 사 먹었다. 노브랜드 우유는 할인 폭이 크고 가격이 워낙 싸 오히려 의심돼 가끔 먹었다"며 "그런데 마트 우유도 품질 차이가 없다고 하니 이젠 브랜드 신경 쓰지 않고 싼 PB 우유를 살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우유값이 오른 탓인지 오늘(17일)따라 PB 우유 상품을 문의하는 손님이 늘었고 재고 소진도 빠른 편"이라고 귀띔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