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兆 단위 유상증자 검토‥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 조달

입력 2022-11-16 17:55
수정 2022-11-17 09:31
이 기사는 11월 16일 17:5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이 조 단위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검토한다.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2012년 12월 이후 사상 첫 유상증자 카드다. 글로벌 석유 업황 악화 속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이르면 이번 주에 이사회를 열어 자본 확충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소 1조원 규모가 넘는 유상증자 방안이 유력한 가운데 채권 발행, 금융기관 차입 등 다른 조달 방식도 함께 검토될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결정한 이후부터 다수의 증권사가 자금 조달 전략을 제시한 상태”라며 “롯데케미칼이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중 내부 자금으로 1조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1조7000억원을 외부 조달로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석유화학 업황도 악화하면서 현금 곳간은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롯데케미칼은 3분기 연결 기준으로 영업손실 4239억원을 냈다. 2개 분기 연속 영업적자다. 9월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약 2조2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건설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재무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이 진행하는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약 876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지난달 롯데건설에 5000억원을 빌려준 돈까지 합하면 약 5876억원이 투입됐다.

이에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은 2021년 말 마이너스 665억원에서 올해 9월 말 2조1757억원으로 많이 증가했다.

시장에서는 채권 발행이나 차입보다는 유상증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증권사 ECM 담당 관계자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찮아진 데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차입금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선 주식시장에서 유상증자를 하는 게 유일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 신용등급을 ‘AA+등급’으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도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과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나란히 하향 조정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이익 창출력이 악화하고 있는 점, 일진머티리얼즈 인수에 따른 자금 부담이 주된 이유로 제시됐다.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최종 결정하게 되면 롯데케미칼의 주요 주주인 롯데그룹 계열사가 이번 증자에 얼마나 참여할지도 관건이다. 롯데케미칼 최대주주는 지분 25.6%를 보유한 롯데지주다. 그 뒤로 롯데물산 20.0%, 일본 롯데홀딩스 9.3% 등이다.

이날 롯데케미칼은 장 마감 이후 미확정 공시를 내고 "자금조달에 관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된 바 없다"며 "이와 관련하여 향후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최석철/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