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심하던 정부가 16일 나름의 묘안을 발표했다. 백신을 맞은 사람에겐 고궁이나 능원 무료입장권을 주고, 템플스테이 등을 할인해주겠다는 것이다. 접종률이 높은 감염취약시설과 지방자치단체에 포상하는 인센티브도 제시했다.
국내 코로나19 겨울철 7차 재유행은 이미 시작됐다. 5주째 확진자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백신 접종률은 여전히 바닥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상자의 추가 접종률은 4.8%에 불과하다. 2가 백신 추가 접종을 시행하고 있는 미국(10.1%), 일본(8.5%)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당국이 추가 접종이 꼭 필요하다고 보는 60세 이상 고위험군의 접종률은 13.2%에 그친다.
정부는 올겨울 재유행이 지난여름 재유행과 비슷한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확진자 18만 명대를 기록했던 여름엔 다른 계절성 감염병이 유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겨울은 상황이 다르다. 기존 접종 및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이 시간이 지나면서 크게 감소해 감염될 경우 중증으로 갈 위험성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최근 독감과 RS 바이러스 등 다른 호흡기 감염병도 함께 유행하고 있는 데다 신규 변이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접종률이 계속 낮다면 사망자 규모가 여름 재유행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의료계에선 “정점에서는 사망자가 하루 150명에서 200명까지 나올 수도 있다. 백신 접종이 사실상 유일한 대책인데, 접종에 대해 피부로 느끼는 필요성이 떨어지고 있다”(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들이 접종을 기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반복되는 백신 접종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감염된 적 있다는 이유로 접종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사람이 많다. 접종 부작용 우려도 높다. 코로나바이러스라는 한 가지 감염병 예방을 위해 2년 새 4~5차례 접종하는 것에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래서 1차 87.9%, 2차 87.1% 등 차수가 늘수록 접종률은 급감한다.
하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예외를 줬던 ‘백신 패스’ 같은 유인책을 찾기 어려워서다. 그렇다고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울 적극적인 홍보 전략은 펴지도 않는다. 그저 백신을 맞으라고만 할 뿐이다. 고궁 무료입장 같은 옹색한 방역 카드가 우리 방역 정책의 현주소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