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느낌 씻어낸 新 '동감', 설레긴 한데 교신은 실패 [리뷰]

입력 2022-11-16 11:13
수정 2022-11-16 11:14

2000년대 김하늘, 유지태가 주연을 맡아 히트에 성공한 영화 '동감'이 2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재탄생했다. 2022년 '동감'은 원작의 틀은 유지하되, 다양한 설정 변화를 줘 온전히 새로운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됐다. 신선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면 성공이다. 하지만 일부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 감성 코드에만 주력해 갈수록 약해지는 짜임새 등이 완성도에 아쉬움을 남긴다.

16일 개봉한 '동감'은 1999년 용(여진구)과 2022년 무늬(조이현)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물이다.

대학생인 무늬는 인터뷰 과제를 위해 아빠가 가지고 있던 오래된 HAM 무선기기를 켰다.

"씨큐 씨큐…제 목소리 들리세요?"

막연하게 누군가와의 '연결'을 기대하며 켠 무전기 너머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기는 1999년에 살고 있단다. 뭐 이런 황당한 거짓말이 다 있나 싶은데, "'헐'이 뭐냐"고 묻는 목소리가 사뭇 진지하다. 그렇게 용과 무늬는 시대를 뛰어넘어 감정을 나눴다. 용은 첫사랑 한솔(김혜윤)과 관련한 고민을 털어놨고, 무늬는 7년 '남사친' 영지(나인우)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동감'의 강점은 원작에 무작정 기대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현재의 관객층을 고려해 시간대를 1999년과 2022년으로 새로 설정했고, 남자가 과거에, 여자가 현재에 있다는 점도 원작과는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온다.


여진구의 캐스팅은 신의 한 수다. 그가 그려낸 투박하면서도 섬세한 용의 이미지와 감정선은 1990년대 느낌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스포티한 의상, 길게 늘어진 백팩, 여기에 자전거를 타고 캠퍼스를 누비는 여진구는 그 시절 '대학교 같은 과 선배' 그 자체다. 마냥 촌스럽게만 표현되지 않아서 설렘을 유발하기 충분하다.

김혜윤은 첫사랑 이미지의 신기원을 열었다. 청순가련한 이미지로 대변되던 첫사랑의 모습을 당차고 씩씩한 성격으로 표현해냈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에 치아를 훤히 드러내며 웃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술을 먹고 진상을 부리는 선배에게 과감하게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용과 한솔이 호감을 쌓아가는 과정에서는 '과몰입 설렘'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아쉬운 건 2022년을 연기하는 배우들이다. 조이현은 시종일관 뻣뻣하고 어색한 연기를 선보인다. 나인우도 마찬가지. 배려심 깊고 따뜻한 영지의 성격을 너무 신경 쓴 탓일까. 부드럽게 건네는 말투는 오히려 배역에 녹아들지 않고 겉돈다.


스토리는 후반부에 급격히 힘을 잃는다. 인물 간 관계성이 명확해지면서 내면 연기가 주를 이루게 되는데, 여진구가 깊은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반면 조이현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니 이내 개연성이 떨어져 버린다. 서로 다른 시대의 연결이 핵심인 작품인데 배우들이 다소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시대적 감성 코드만을 쫓다 보니 정작 배우 개개인의 매력은 빛을 발하지 못한 경우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OST는 매력적이다. '너에게로 가는 길', '고백', '습관', '편지', '늘 지금처럼' 등 1990~2000년대 명곡이 흘러나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