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조용한 대관식'…무섭게 느껴지는 이유 [안재광의 대기만성's]
입력 2022-11-16 13:10
수정 2022-11-16 15:12
▶안재광 기자
삼성전자에 얼마 전
상징적인 사건이 있었죠.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을 했습니다.
회장님 되셨으니까,
해야할 게 많은데.
본인 입장에선 이게 제일
하고 싶을 겁니다. 지배구조 개편.
삼성전자 오너인데,
지분이 취약하죠.
하지만 세계 메모리 반도체
1등 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은 돈도, 시간도
너무나 많이 드는 일입니다.
대신 지분 많이 들고 있는
국민연금, 해외 투자펀드
이런 곳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게
현실적인 방법 같습니다.
이번 주제는 대관식을 치른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를 장악하는 유일한 방법,
기업 가치 높이기 입니다.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1.63%에 불과합니다.
여기에 모친 홍라희 씨와
동생들 지분 다 합쳐도
5.46% 밖에 안 됩니다.
그럼에도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의 오너인 것은
삼성 계열사들이 삼성전자
지분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재용 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약 5%를 보유 중이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10% 넘게 들고 있습니다.
이것까지 다 합하면
지분 20%를 넘깁니다.
얼핏 보면 괜찮아 보이죠.
그런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지분은
의결권 제한이 있어서
실제로 행사 가능한 지분은
15%로 떨어 집니다.
또 삼성생명, 삼성화재
이런 금융 계열사들은
삼성전자 지분을 팔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란 게 있는데,
이게 국회를 통과하면
강제로 지분 약 7%를
처분해야 하거든요.
결론적으로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은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삼성인데.
뭐라도 하지 않겠냐.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맞아요.
증권가에선 몇 가지 시나리오를
꾸준히 제기 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 하거나
삼성전자를 쪼개서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하는 게 대표적이죠.
그런데, 전문가들은
이거저거 다 못할거다.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입나다.
과거 같으면 총수의 지분을 확보 해주려고
계열사들이 일제히 동원돼
회사를 쪼개고 붙이고
지분을 이리저리 섞어서
결국에는 튼튼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하면
주주나 시민단체, 심지어 정부도
가만히 있지를 않죠.
명분을 아무리 잘 포장해도
결국 오너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것이라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지탄을 받을 겁니다.
더구나 이재용 회장은
과거에 에버랜드, 삼성SDS
이런 계열사 지분을 헐값에
인수했다는 혐의로
오랜 기간 소송에 시달렸습니다.
또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무리하게 했다
이런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다시 구속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회장이 되고 나서
지배구조 개편을 또 시도한다.
이건 엄청난 무리수가 되겠죠.
결국 이재용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 밖에 없어요.
경영 잘 해서 기업가치 높이고,
국민들의 신뢰를 받는 겁니다.
여기서 갑자기 왜 국민들
신뢰가 튀어 나오냐면,
삼성전자의 주주가 곧 국민이거든요.
삼성전자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기관 투자가 중에
가장 많은 곳이 국민연금 인데요.
지난 6월말 기준 7.82%나 됩니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노후에 받을 돈이죠.
작년 기준 1926만명이
국민연금에 가입을 했습니다.
또 삼성전자에 직접 투자하는
소액주주는 600만명에 달합니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약 2900만명의
20%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11월 7일까지
개인이 순매수 한
삼성전자 주식은 무려 16조원에
달합니다.
이 기간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각각 8조원씩 팔았으니까
개인이 이 물량을 다 받아 준겁니다.
문제는 투자한 분들 상당수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삼성전자 주가는
작년 초 9만6800원을
정점으로 계속 떨어져서
올 9월 말에 저점인
5만원대 초반까지 밀렸습니다.
손실 나서 팔지도 못하고
들고 계신 분들이
제 주위에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이 회장 취임 이후에
주가를 끌어 올릴 수만 있다면
당연히 국민들, 개인 투자자들의
지지를 받을 겁니다.
주가가 올라야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에요.
블랙록 처럼 삼성전자 주식을
많이 보유한 해외 기관투자자들도
지지를 보내겠죠.
주가란 게 꼭 실적이 좋아야
올라가는 건 아니죠.
이재용 회장이 정말 기업가치를
끌어 올릴 만한 능력 있는 경영자란
확신만 줘도, 비전만 잘 제시해도
주가는 오릅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이런 거 참 잘 하죠.
아마 이재용 회장도
조만간 새 비전을 제시하거나,
주주 친화 정책을 밝힐 것으로
기대 합니다.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 경영을
잘 해야 하는 것은
단순히 경영권 때문 만은 아닌데요.
환율 안정에도 꼭 필요합니다.
삼성전자 경영과
환율은 또 무슨 관계냐.
그동안 한국이 비교적 강한 환율.
그러니까 원 달러 환율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엄청나게 많이 팔아서
달러를 쓸어 담았기 때문 인데요.
올 들어 반도체 시황이 꺽이고
예전 만큼 반도체를 많이 못 파니까,
벌어 들이는 달러가 부족해지고
원화 가치가 급락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 10월 반도체 수출액은
92억3000만달러였는데,
전년동기 대비 17.4%나 줄었죠.
이 수치가 100억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18개월 만에 처음 입니다.
이 탓에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5.7%.
2년 만에 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 섰습니다.
원 달러 환율이 과거 처럼
1100원, 1200원 선까지
떨어 지려면
물론, 미국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 되어서 강 달러 현상이
완화 되어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출이
다시 늘어나서 한국에 들어오는
달러가 증가해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괜히
한국 대표 기업이 아니죠.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선
무엇보다 내부에 가진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할 겁니다.
돈은 무진장 많아요.
삼성전자의 올 9월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28조원에 달합니다.
이렇게나 많은 돈을 쌓아 놓은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염두한 것이었다
이런 분석이 많은데요.
지배구조 개편 하려면
돈이 엄청 많이 들거든요.
그런데 앞서 말 한 것처럼
지배구조 개편이 어렵다면
앞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써야 할 겁니다.
지금 처럼 주가가 떨어지고
경기가 꺽인 시기에
돈 들고 투자 하겠다고 나서면,
좋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죠.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 경영진이
M&A를 언급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사실
반도체 이외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이유가 몇 가지 있죠.
우선 반도체 산업이
앞으로도 떼돈을 벌 지
조금 의문이 있어요.
사실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마진을 많이 남기고 팔았습니다.
D램 반도체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작년 한 해
47%에 달했습니다.
100조원 어치 팔면 47조원을
이익으로 남겼습니다.
올해는 조금 줄어서 약 42%
정도 되는데,
이것도 엄청난 것이죠.
보통 제조업의 이익률은
10%만 넘겨도 좋다고 합니다.
참고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문 이익률은 작년에 4%
밖에 안 됐어요.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
죽어라 투자 하는 것도
반도체 사느라 돈을
너무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반도체를 작년에만
4686억달러 어치 수입했어요.
원화로 650조원에 달합니다.
이게 얼마나 많은 것이냐면,
같은해 중국의 원유 수입액이
2550억달러 였어요.
기름 사는 데 쓴 돈의
두 배를 반도체 사는데 썼어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기름이 아니라 반도체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그런데 반도체도 언젠가는
흔한 제품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이 지금은 중국을
견제해 주고 있어서
중국이 잘 못하고 있긴 한데요,
이게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 지
알 수 없는데다
반도체를 꼭 한국만 만들란 법은 없죠.
미국이 직접 메모리 반도체 해먹겠다.
이렇게 나설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원유는 그런데요.
미국이 2010년대 중반 이후에
셰일가스 혁명을 겪고 나서,
엄청나게 원유를 뽑아 냅니다.
심지어 사우디,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원유 생산국이 됐어요.
미국은 이후에 사우디를 버렸죠.
사우디 안보는 니가 알아서 책임져라
그리고 사우디를 홀대 합니다.
미국이 조금 극단적으로 삼성전자에
비슷하게 할 수도 있어요.
메모리 반도체 이제 그만 해먹어라.
중국도 하려면 하고,
미국은 자기네 나라 회사인
마이크론 이런데 대놓고 밀어주면
아사리판 되는거죠.
사우디를 다시 한번 볼게요.
원유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니까
네옴 프로젝트란 것을 추진 했습니다.
기름 팔아선 앞으론 답이 없다.
지금까지 기름 판 돈으로
신도시를 엄청나게 지어서
세계의 인재들을 불러 들이겠다.
실리콘밸리 처럼 인재가
넘쳐 나면 혁신이 나오고,
그 혁신을 통해 성장을 하겠다.
이런 전략을 짰습니다.
삼성전자도 사우디 처럼
원유 그러니까 반도체 이후의
플랜 B를 지금 부터 준비해야,
반도체의 효용 가치가 떨어 졌을 때
대처를 할 수 있겠죠.
이미 하고 있을 겁니다.
이재용 회장은 최소한 반도체 처럼
시장 규모가 연 수 백조원에 달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으면서
삼성전자가 기존에 잘 했던 제조 분야.
이런 것을 살펴볼 것 같습니다.
시장에서는 전기차 위탁 생산,
차세대 통신 장치, 6G 같은거죠,
그리고 로봇 시장 진출을
유력하게 꼽고 있습니다.
반도체는 사실 이재용 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시작을 했으니,
이재용 회장은 자신 만의
업적을 쌓고 싶은 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회장 취임식을
따로 하지도 않고
회장 취임 이후에
직원들하고 사진 찍고,
협력사 방문해서 상생을 약속 했어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절박하게 경영에만 매진 하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준 것이죠.
부디 이재용 회장이
기업 가치를 끌어 올려서
주주들을 기쁘게 해 주고
나라 위상도 올려주고
환율도 안정 시키면 좋겠습니다.
이재용 신임 회장,
나라 지키는 절박한 맘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지
눈여겨 보겠어.
기획 한경코리아마켓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안재광 기자
편집 박지혜·김윤화·이하진 PD
촬영 박지혜·박정호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