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내려가면 척추를 둘러싼 근육 및 인대가 경직된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계절이다. 척추관협착증은 노년기 대표적 척추 질환이다. 최근 관련 치료에 한의학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국제학술지 연구 논문이 잇달아 발표됐다. 하인혁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장 겸 부천자생한방병원장(사진)은 한의학의 표준화 및 과학화, 세계화 작업에 앞장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척추관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요.
“척추 중앙에 자리한 신경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허리와 하지에 증상이 나타나는 근골격계 질환입니다. 척추 속에는 신경이 지나가는 척추관이 있습니다. 노년기 척추의 퇴행으로 후종인대나 후관절 등 척추관 구조물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며 발생합니다.”
▷증상은 어떻습니까.
“대표적 증상이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입니다. 오래 서 있거나 장시간 걸었을 때 한쪽 또는 양쪽 다리가 터질 것같이 아프거나 저리다면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질환이 방치돼 악화하면 대소변 장애나 하반신 마비까지 올 수 있습니다.”
▷허리디스크와 증상이 비슷하네요.
“공통 증상이 많습니다. 허리디스크는 척추 사이 디스크가 돌출되거나 파열된 질환인데요. 허리를 앞으로 굽혀보면 구별됩니다. 이 자세가 힘들다면 허리디스크, 굽혔을 때 통증이 감소하면 척추관협착증입니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척추관이 잠시 넓어져 압박이 줄어드는 반면 허리디스크는 디스크에 전달되는 부담이 커져 통증이 강해집니다.”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인가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5년 134만8965명이던 국내 척추관협착증 환자 수는 지난해 172만7128명으로 늘었습니다. 50세 이상이 94%에 달합니다. 여성 환자 비율은 62%로 남성보다 많습니다. 저절로 회복되는 사례가 드물기 때문에 서둘러 치료받는 게 좋습니다.”
▷어떻게 진단합니까.
“문진과 함께 척추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정밀 영상검사를 합니다. 엑스레이는 척추 상태만 확인할 수 있어 정확한 판독은 불가합니다.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로 진단하는 게 정확합니다.”
▷한방에서는 어떤 치료를 하나요.
“통증을 줄이는 동시에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추나요법을 비롯해 침치료, 봉·약침치료, 한약 처방 등 한방 보존치료를 합니다. 추나요법은 척추질환의 원인이 되는 근골격계 부정렬을 바로잡는 치료입니다. 한의사가 비뚤어진 뼈와 관절, 근육, 인대 등을 손 또는 신체 일부로 밀고 당겨 구조적·기능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추나요법은 대표적인 한방 보존치료법으로 연간 100만 명이 건강보험 급여화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불균형한 신체를 교정하는 원리군요.
“추나요법과 병행하는 침치료는 경직된 근육과 인대의 긴장을 풀어줍니다. 한약재의 유효성분을 추출해 정제한 봉침과 약침은 염증을 억제하고 손상된 신경 재생에 도움을 줍니다. 한약 처방은 약해진 근육과 인대를 강화해 관절 변형과 조직파괴 억제에 유용합니다.”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한가요.
“많은 환자가 허리에 통증이 생기면 못 참고 수술을 합니다. 하지만 일부 대소변 장애나 마비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보존치료로도 충분합니다. 진통제 역시 최선은 아닙니다. 미국에선 만성 요통 환자에게 수기요법이나 침치료를 우선할 것을 권고할 정도입니다.”
▷일상 속 실천 가능한 예방법을 알려주세요.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필수적입니다. 숨이 조금 찰 정도의 속도로 걸어 웃옷이 땀에 젖을 만큼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근력 운동을 병행해 근육을 늘려주면 더욱 좋습니다.”
▷한방치료 기전을 밝히는 논문을 냈습니다.
“척추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청파전은 신경세포 보호와 염증 제거 효과가 뛰어납니다. 최근 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청파전의 주요 약재인 천수근이 세포 보호와 염증 억제, 운동능력 개선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며 척추관협착증 치료에 도움되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또 봉침의 척추관협착증 치료 기전을 체내 면역체계인 대식세포 관찰을 통해 증명했습니다. 해당 연구결과도 SCI(E)급 국제학술지에 게재돼 의학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연구소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한의학 치료법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이를 표준화·세계화하는 데 주력합니다. 1999년 설립된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는 30여 명의 연구진을 보유했으며 SCI(E)급 국제학술지에 153건의 연구논문을 게재했습니다. 대규모 임상 데이터 분석 및 다양한 실험 연구가 큰 장점입니다. 전국에 갖춘 진료 인프라 덕분입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