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친(親)민주당 성향 매체가 유족 동의 없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일방적으로 공개하자 "반드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15일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대체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를 가슴에 묻었다"며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목숨을 잃은 아들을 구하고 싶다'는 한 어머니도 계셨다. 그 슬픔이 얼마나 클지 감히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저는 유족의 동의 없는 일방적 희생자 명단 공개에 분노한다"며 "유족의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유족의 아픔에 또다시 상처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저도 동의 없이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다가 억대의 벌금을 물은 바 있다"며 "저와 국민의힘은 이태원 희생자 유족들이 처한 비극적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게 언제부터 대한민국 정치가 잔인하다 못해 무도해졌는지 묻는다"며 "지금이라도 '이재명 방탄'을 위해 이태원 참사의 비극을 이용하는 무도한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앞서 '시민언론 민들레', '시민언론 더탐사'는 전날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8명 중 155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민들레는 이날 홈페이지에 '이태원 희생자, 당신들의 이름을 이제야 부릅니다'라는 제목 아래 명단을 삽입한 포스터를 게재했다.
다만 이날 오전 확인 결과 민들레가 공개한 155명의 명단 중 140여 명의 이름만 남은 상태다. 민들레 측은 "신원이 특정되지 않지만, 그래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해온 유족 측 의사에 따라 희생자 10여 명의 이름은 삭제했다"고 밝혔다.
민들레는 전날 "시민언론 더탐사와의 협업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 명단을 공개한다"며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유가족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면서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들은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