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무소속 의원(사진)이 지난 8월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이 3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기업 특혜법’ ‘지역 외면법’ 등으로 부르며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어서다. 도요타와 키오시아, 소니 등 일본 주요 기업 8곳이 출자해 세운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에 일본 정부가 700억엔(약 6650억원)을 지원하기로 한 것과 대조된다.
양 의원은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대기업 특혜라는 ‘낡은 궤변’으로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며 “이들 때문에 반도체산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우리 역사에 매국노(埋國奴)로 박제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팔 매(賣)’ 대신 ‘묻을 매(埋)’를 써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반대는 나라의 미래를 땅에 묻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도체특별법은 반도체 클러스터 등 특화단지를 만들 때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증원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시설투자 시 세액공제 비율을 6%에서 20%(대기업 기준)로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삼성·SK 등 대기업의 주력 업종인 반도체산업에만 왜 ‘특별 대우’가 필요하냐며 법안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지난 14일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회 차원의 반도체특별위원회 구성을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의원들은 반도체특별법에 ‘지역 외면법’이라는 프레임까지 씌우고 있다. 특화단지를 지정할 때 수도권을 포함해 기업이 원하는 지역을 우선 고려하도록 하고,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학과 증원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한 내용 때문이다.
양 의원의 지역구도 광주다. 하지만 그는 “국가 발전이 우선”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있다. “수도권까지 혜택 범위를 확장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과 인재들은 지방으로 가는 대신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이유에서다. 양 의원은 “경쟁 국가들이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한국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데 우리는 수도권의 발목을 잡아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켜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고재연/사진=김병언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