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학과 평생교육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그동안 초·중등 교육에만 쓰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3조2000억원을 떼내고 기존 대학 사업 예산 일부를 합쳐 11조2000억원 규모의 ‘고등(대학)·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한다.
교육부와 기획재정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고등교육 재정 확충 방향 및 예산 내역을 발표했다. OECD 하위권 맴도는 고등교육 예산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와중에도 초·중등 교육 재원인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로 정해져 있어 세수가 늘면 함께 증가한다. 대학들은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이 열악한 탓에 이 예산을 나눠 쓰는 게 숙원이다.
이런 재정 칸막이로 인해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육비는 남아돌고, 대학 교육비는 부족한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초·중등 교육에 투자하는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2019년 기준 1만5200달러로 OECD 회원국 평균의 141.8%에 달한다. 이에 비해 고등교육비는 1인당 1만1287달러로 평균 대비 64.3%에 그친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다수 선진국이 초·중등 교육보다 고등교육에 많은 재원을 투자하는 경향과 정반대다.
특별회계를 통해 재정난에 허덕이는 대학의 숨통을 터주고 사회에 곧바로 배출할 인재 양성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대학 자율혁신·지방대 육성에 투자특별회계 재원은 기존 대학 관련 사업 예산과 교육교부금용 예산을 합쳐 마련한다. 교육부의 대학 지원사업과 고용노동부의 폴리텍대 지원사업 등 8조원 규모의 기존 사업이 특별회계로 옮겨진다. 여기에 국세분 교육세 3조원, 일반회계 전입금 2000억원이 추가된다. 이 교육세는 각 시·도 교육청이 집행하던 교육교부금에 들어가던 금액으로,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육에 쓰일 비용 중 일부를 대학 교육에 떼어주는 형식이다.
정부는 이렇게 마련한 특별회계를 대학 혁신과 지방대 육성에 쓸 계획이다. 연 1조원 수준인 대학 일반재정 지원을 1조9000억원 규모로 늘리고, 지원금 일부를 인건비 등에 사용하도록 활용처를 늘려준다. 지금까지 대학 지원은 목적성 사업에 치중돼 있어 교육부가 소규모 사업별로 공고를 내면 대학들은 각 사업 목적에 맞게 일일이 계획서를 작성해 지원해야 했다. 이런 자잘한 목적성 사업보다는 포괄적인 일반재정 지원을 늘려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을 장려하겠다는 게 교육부 계획이다.
지방대 육성을 위한 재원은 1조1000억원 증대된다. 이 안에는 지방대 특성화를 위해 신설되는 연 5000억원 규모의 새로운 지원책, 지역연구중심대학을 추가로 선정하기 위한 재정 3500억원이 포함된다. 이 밖에 국립대의 낡은 시설과 기자재를 보수하고, 석·박사급 인재를 양성하는 두뇌한국(BK)21 사업의 연구지원금을 올리기 위해 1조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교육감 강력 반발…국회도 변수특별회계를 위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근거법인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법 제정안’,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 개정안, ‘국가재정법’ 일부 개정안은 지난 9월 발의된 후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기존 재정을 일부 빼앗기게 된 전국 시·도 교육감들은 물론이고 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강력 반발하는 상황이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법이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지방교육재정의 안정성을 해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제도 보완 등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예린/최만수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