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삶의 이야기를 쓰세요. 그게 가장 성실하고 좋은 글이라고 생각해요.”
섬세한 심리 묘사와 마음을 파고드는 문장으로 개인과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져온 소설가 김인숙은 ‘2023 한경 신춘문예’를 준비하는 예비 작가들에게 “거창한 주제보다 자기 삶이나 주변에서 얻을 수 있는 소재가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며 이렇게 조언했다. 1983년 등단해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받은 그는 작년과 재작년 한경 신춘문예 소설 부문 본심 심사위원을 맡았다.
자기 삶의 이야기라는 게 자전적인 이야기를 뜻하는 건 아니다. 자기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 거기서 솔직히 느낀 것을 소설 속에 녹여내라는 말이다. 그는 “심사해보면 진지하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서사를 풀어낸 글과 발랄하고 참신한 글이 있는데,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 없다”며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스타일로 글을 쓰면 된다”고 말했다.
조선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는 중견 소설가 이승우는 ‘기본’을 강조했다. 그는 “작품을 심사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문장력”이라며 “마감을 앞두고 문장을 가다듬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편은 특히 자연스러운 이야기 흐름이 중요하다”며 “독창적인 것도 좋지만 전개가 부자연스럽거나 억지스럽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들도 지원자일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실용적인 팁들을 건넸다. 소설 부문 당선자인 최설 작가는 “단편소설이라면 실수를 줄이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만 당선작을 곧장 단행본으로 출간하는 한경 신춘문예는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로 소설가이고 문학평론가이기 이전에 한 명의 독자인 심사위원들에게 ‘원고지 1000장을 읽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란다. 최 작가는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낯설면서도 선명한 디테일”이라며 “신인이 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자신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스토리 부문 1등 당선자인 정소정 작가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수정하고, 성에 안 차더라도 눈 꼭 감고 내보라”는 것이다. 그는 “기성·신인 모두 지원할 수 있는 스토리 부문 특성상 지금쯤 써놓은 글이 없어 고민인 사람보다 써놓은 글이 초라해 보여 낼까 말까 고민인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며 “나도 작년에 그랬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작가에게 글은 귀한 자식이지만 흠결투성이인 못난 자식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심사는 심사위원들이 하는 것이고, 내 눈엔 못난 글이 심사위원 눈에는 신선하게 읽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출 전에 마지막으로 기획안을 다시 한번 가다듬어보라고도 했다. 마감을 앞두고 작품 전체를 다시 쓰기는 쉽지 않지만, 같은 작품이라도 장점과 매력이 선명하게 보이게끔 기획안을 수정하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시 부문 당선자인 박규현 시인은 “장면을 설명하려 들기보다 그저 제시하는 것에서 멈추는 것, 그것이 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3 한경 신춘문예는 오는 30일까지 시, 장편소설, 스토리 등 3개 부문에서 작품을 접수한다. 시와 소설은 우편으로, 스토리는 이메일로 받는다. 당선자와 당선작은 내년 1월 2일자 한국경제신문 신년호에 발표한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