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 매혹의 걸작들] 먹잇감을 놓지 않는 표범, 뺏으려는 대머리독수리

입력 2022-11-14 18:11
수정 2022-11-15 00:43
갓 잡은 흰 닭을 지키려 몸을 잔뜩 웅크린 표범. 그 옆에 발톱을 드러내며 닭을 낚아채려는 독수리. 이들의 몸짓과 눈빛을 강렬하게 만든 건 이들 뒤로 펼쳐진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이다. 배경과 주제를 강렬하게 대비하자 그림은 한층 더 드라마틱해진다.

벨기에 브뤼셀 출신인 화가 필리프 페르디난트 데 해밀턴은 아버지와 동생들 모두 정물화를 그린 ‘정물화 집안’에서 태어났다. 사냥감과 가금류, 사냥 장면을 묘사한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제인 요제프 1세와 카를 6세, 마리아 테레지아를 위해 일했던 신성로마제국의 대표 궁정 화가였다.

사냥할 때의 긴박한 장면을 그리는 건 해밀턴의 주특기였다. 표범이나 대머리독수리와 같은 이국적 동물을 묘사하는 건 그에게도 큰 도전이었다. 다른 사냥 정물화와 달리 최고의 긴장감 넘치는 순간을 머릿속으로 상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를 그려보게 한다. 사냥이 귀족들의 부유한 취미로 자리 잡으며 17~18세기 바로크 시대에 이 같은 회화적 기교는 매우 높게 평가받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