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64.4%가 당뇨병 진단의 중요 지표인 '당화혈색소'를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 자신이 당뇨병에 걸리지 않았으나 향후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 중 자신의 혈당 수치도 알지 못하는 비율이 6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당뇨병 환자가 600만 명을 넘어서는 대란 상황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당뇨병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14일 국회박물관에서 '당뇨병 2차 대란 위기관리를 위한 정책포럼'을 열고 국내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시행한 당뇨병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뇨병은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질병 부담 부동의 1위 질환이다. 방치하면 심혈관질환이나 신장질환 등의 고위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조기에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조사에서 국민의 86.7%는 현 당뇨병 상황을 '심각'(53.5%) 또는 '매우 심각'(33.2%)으로 평가했다. 이런 경향은 전 연령층에서 동일했다.
그러나 이런 인식에도 불구하고 당뇨병에 대한 인지도는 떨어졌다. 특히 당뇨병 진단에 사용하는 중요 기준인 '당화혈색소'에 대해서는 64.4%가 모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당화혈색소는 혈당이 증가해 적혈구 내 혈색소(헤모글로빈)에 포도당이 붙은 상태를 말한다. 이처럼 한번 붙은 당분은 적혈구가 수명을 다할 때까지 그대로 붙어 있기 때문에 적혈구의 수명(120일)이 유지되는 2∼3개월 동안의 평균 혈당 농도를 알 수 있다. 이 수치가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과거처럼 공복혈당만을 당뇨병의 진단 기준으로 사용할 경우, 숨어 있는 많은 환자를 놓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당화혈색소는 현재 당뇨병의 진단과 관리의 핵심 지표로 여겨지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내놓은 국내 당뇨병 유병률을 보면 공복혈당만 기준으로 했을 때는 14.5%였지만, 당화혈색소까지 포함하자 16.7%로 올라갔다.
당화혈색소 기준으로 약 75만 명의 당뇨병 환자를 더 찾아냈다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학회는 당뇨병 전단계 인구도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공복혈당 수치 기준으로는 약 965만 명이지만, 당화혈색소를 포함하면 약 158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는 당뇨병을 진단받지 않은 응답자 중 45.2%(403명)가 앞으로 자신이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으나, 자신의 공복혈당 수치를 알고 있는 비율은 38.5%(343명)에 그쳤다. 현재 당뇨병이 아닌 사람조차 당뇨병을 걱정하고 있지만, 본인의 혈당수치도 잘 모르는 사람이 60%를 웃도는 것이다.
대한당뇨병학회 원규장 이사장은 "앞으로 도래할 수 있는 당뇨병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숨어 있는 당뇨병 환자와 당뇨병 고위험군을 발견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면서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당화혈색소 검사를 추가하는 등 국가적 지원과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