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내 잠재적 대권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사진)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쳤다. 지난 8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기대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자 ‘트럼프 책임론’ ‘탈(脫)트럼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야후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는 중간선거 이후인 9~11일 미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공화당원과 친(親)공화당 무당층 유권자의 42%가 차기 공화당 대선주자로 디샌티스 주지사를 선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도는 35%에 그쳤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은 각각 45%, 35%였으나 역전됐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찰리 크리스천 민주당 후보를 19%포인트 차로 누르고 재선에 성공해 라이징스타로 떠올랐다. 성소수자 교육 금지법 등 보수적인 정책을 도입하면서도 합리적인 주장을 펼쳐 ‘트럼프 2.0’이라 불린다. 예일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그는 해군에 입대해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고 관타나모 기지 등에서 복무했다. 2012년 플로리다 6구의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 당선돼 정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14, 2016년에도 하원의원에 뽑혔다. 2018년 플로리다 주지사 선거에서 처음 승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초 1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고했다. 하지만 측근과 중간선거 책임론이 잠잠해진 다음으로 출마 선언 시기를 미루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화당 소속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 올해 중간선거까지 공화당이 3연패한 원인”이라며 “세 번 스트라이크를 당하면 아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화당은 좀 더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회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우 성향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 이후에도 공화당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중간선거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이다.
2020년 대선 사기를 주장한 친트럼프 성향의 공화당 후보들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미시간과 애리조나, 네바다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답습한 주(州)장관 후보들이 모조리 패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