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천재들을 속인 바이오 사기극…검찰 15년형 구형

입력 2022-11-13 23:00
수정 2022-11-27 00:31

미국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 설립자가 검찰로부터 15년 형을 구형받았다.

CNBC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검찰은 12일(현지시간)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홈스는 야망에 눈이 멀었고 현실을 왜곡해 사람들을 위험한 길에 빠트렸다"며 180개월 징역형과 8억 달러(1조여 원) 배상금 지급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홈즈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만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한 때 실리콘밸리의 스타로 떠올랐다. 검은색 티를 즐겨 입어 '여자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테라노스에 일했던 직원들이 홈즈의 주장 대부분이 허구라고 주장하면서 사기극의 전말이 드러났다.

올해 1월 캘리포니아주 배심원단은 사기와 공모 등 홈스에게 적용된 4건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평결했다. 하지만, 홈스 측 변호인은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사기 사건으로 물질적 이익을 얻은 바가 없기 때문에 징역형은 부당하다며 만약 법원이 징역을 선고한다면 18개월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홈스에 대한 선고 재판은 오는 18일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법원에서 열린다. 1984년생인 홈스는 미국 스탠퍼드대를 중퇴하고 만 19살의 나이에 테라노스를 설립하며 스타 CEO로 알려졌다. 그의 획기적인 진단키트 개발 소식에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 등 거물 투자자를 유치했다. 2015년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90억달러(약 10조7000억원)까지 뛰기도 했다.

하지만 홈즈는 2015년 말 내부고발자의 폭로가 나오면서 몰락했다. 테라노스가 보유한 기술로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은 고작 16개에 불과하다는 게 폭로의 핵심이었다. 나머지는 기존에 있는 진단기기를 활용한다는 주장이었다. 테라노스의 연구는 모두 무효 처분을 받았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투자자들은 2018년 홈즈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