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8.0% 상승해 31개 주요 통화 중 가장 많이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공적 투자자 환헤지 비율 조정 방안에 따라 약 400억달러가 외환시장에 풀릴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면서 환율이 추가 하락(원화 가치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11일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8.0% 올랐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31개 주요 통화 중 최고 상승폭이다. 2위는 일본 엔화로 7.1% 올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왔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달(8.2%)은 물론 시장 추정치(7.9%)보다 낮은 7.7%로 집계되며 인플레이션 정점이 이미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그 결과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것도 향후 환율 하락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요인이다. 중국 당국은 해외 입국자 격리 규정을 7일(자가격리 3일은 별도)에서 5일로 단축하는 등 완화 조치를 다수 확정했다.
한국 정부도 환율 안정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는 한국은행과 국민연금 간 외환스와프 추진,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 등에 이어 국민연금을 비롯한 12개 공적 투자자에게 환헤지 비율 조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12개 공적 투자자가 보유한 해외자산 규모는 4000억달러 안팎으로 파악되는데, 정부는 각 투자자에게 환헤지 비율을 지금보다 10%포인트가량 높여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400억달러가 시장에 풀린다. 국내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70억달러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반면 아직 환율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Fed가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올릴지도 불확실하고, 한국의 무역수지는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했고, 이달도 적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둔화해 한국 수출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병욱/허세민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