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3일 17:0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토종 구강스캐너 업체인 메디트 인수전이 2라운드에 돌입한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GS-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 컨소시엄과의 협상 기간이 종료되면서다. 매각 측인 유니슨캐피탈은 다시 원점에서 매각 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메디트 실적이 막판 돌발 변수로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니슨캐피탈과 매각 주관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메디트 매각과 관련해 재입찰 실시 등 여러 방안을 논의 중이다. GS-칼라일 컨소시엄에 밀려 고배를 마셨던 미국 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블랙스톤 등은 이미 개별적으로 협상에 돌입했다. 매각 측은 기존 후보들 외에도 메디트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다른 후보들의 참여도 열어놓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GS-칼라일 컨소시엄은 지난달 19일 실시한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우협 지위를 확보했다. 당시 입찰에는 GS-칼라일 컨소시엄, KKR, 블랙스톤 등이 참여해 글로벌 대형 PEF간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GS-칼라일 컨소시엄이 써낸 가격은 2순위인 KKR보다 약 3000억원 이상 수준이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칼라일이 아시아 펀드를 통해 자금의 90%인 약 2조7000억원을 대고, 나머지 10%는 GS가 책임지기로 하는 구조를 짰다.
매각 측과 GS-칼라일 컨소시엄은 지난달 31일 계약 체결을 목표로 속전속결로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달 초까지 계약 체결이 불발됐고, 유니슨이 우협 연장을 거부하면서 GS-칼라일 컨소시엄은 자연스럽게 우협 지위를 상실하게 됐다.
협상 불발의 직접적 요인은 계약 체결 직전에 공개된 메디트의 10월 실적이었다. 지난달 실적은 회사가 매각 과정에서 제시한 당월 목표치보다 40% 정도 미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약 300억원 이상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실적은 200억원대 중반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의 높은 성장성을 바탕으로 통 큰 베팅을 했던 GS-칼라일 컨소시엄은 실적이 기대 수준에 훨씬 못 미치자, 인수 여부를 놓고 적잖은 동요가 일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칼라일 고위 관계자가 계약 체결에 제동을 걸면서 협상도 진통을 겪게 됐다. 양측은 가격을 놓고 재협상을 했으나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애초 칼라일이 써낸 가격이 KKR보다 생각보다 차이가 난 것으로 파악되면서 칼라일 내부적으로 왈가왈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칼라일이 재협상을 통해 가격을 상당 수준으로 낮추려고 했고, 유니슨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딜이 불발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양측이 지금도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상황이 종료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유니슨, "매각 서두를 이유 없어"유니슨은 메디트 실적이 견고한 만큼 재매각 방침도 고려하고 있다. 메디트의 올해 10월 누적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50% 이상 늘었다. 작년 10월과 비교해봐도 20% 가까이 성장했다. 올해 예상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60%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회사의 목표치였던 80%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유니슨은 매각과 관련해 프라이빗딜 또는 재입찰을 통해 연내 계약 체결을 성사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메디트가 올해 M&A를 진행하면서 매각가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실적 목표치를 너무 높게 잡았다가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라며 “유니슨 입장에서는 메디트 투자 기간이 3년으로 길지 않고, 실적도 성장 추세에 있어 당장 급하게 매각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메디트 실적이 변수로 떠오른 만큼 재매각 작업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메디트 인수전의 경우, 사업 안정성보다는 앞으로의 성장성에 무게를 두고 대형PEF들이 눈독을 들였던 만큼 갑작스러운 실적 하락은 인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대 관건은 몸값이다. 칼라일 컨소시엄은 약 3조원의 가격을 써내 인수자로 선정됐지만 실적 이슈가 불거지면서 가격은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