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부제와 살균제, 계면활성제는 모두 인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소재기 때문에 그 어떤 것보다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국내, 해외 모든기업들이 대체 소재 개발에 목말라 있는 시장이죠. ‘살균제와 방부제는 모두 해악하고, 사람을 해치는 물질’이라는 편견을 깨는 소재를 만들고 싶습니다.”
정국인 비제이바이오켐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대전 본사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비제이바이오켐은 천연 바이오물질을 기반으로 방부제와 살균제, 계면활성제, 피부노화 방지제 등 다양한 독자소재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국내외에서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살균, 방부 물질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분자 구조 개발에 힘쓰고 있다. 커피찌꺼기에서 오일을 추출해 홈케어, 퍼스널케어 제품용 계면활성제로 전환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계면활성제 등이 대표적이다. 관련 물질 등록특허가는 12건에 달하며(2022년 8월 기준), 지난 6월엔 한국 중소기업벤처부가 선정한 ‘2022년 소·부·장 스타트업 100’에 올랐다.
정 CEO는 2015년 11월 비제이바이오켐을 창업했다. 이전엔 LG생활건강기술연구원에서 26년동안 근무했다. 20년 동안 다양한 컨슈머 제품을 개발했고, 마지막 6년동안 소재연구팀을 맡았다. LG생활건강의 간판 섬유유연제 ‘샤프란’, 주방세제 ‘자연퐁’ 등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그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소재 부문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나의 예를 들어볼까요? 영유아용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은 영유아에 최적화된 원료들을 다들 갖길 원하지만, 실제로는 아직까지 성인용과 원료 차이가 별로 없어요. 이런 고민을 풀어주는 소재가 있으면 좋겠죠? 그리고 사회적으로 유해성 이슈를 몰고 다녀 모든 기업들이 대체소재를 원하는 살균, 방부제를 정말 해롭지 않게 만든다면 사회적으로도 큰 기여를 하겠죠?”
정 CEO는 퇴사 후 2년 간 이수화학 신사업사업부에서 기술자문을 하며 창업을 준비했다. 2018년 기술보증에서 4억9880만원, 2019년 대덕벤처파트너스로부터 7억6700만원 등을 투자받았다. 2023년 시리즈A 단계 투자 유치를 하고, 2027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매출은 16억원이었고, 올해 예상 매출은 30억원 이상이다. 2027년 매출목표는 710억원이다.
비제이바이오켐의 사업군은 크게 3개 부문이다. 첫 번째는 세균과 바이러스를 제어하는 소재 개발이다. 이 회사는 물리적으로 미생물 세포벽만 선택적으로 공략해 사람에게는 피해가 없는 분자구조를 최초로 개발해 국내와 해외에 특허를 출원했다.
두 번째는 팜유 대신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계면활성제 개발이다. 폭발적인 글로벌 팜유수요 증가로 동남아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한때 친환경의 대명사이던 팜유는 기후변화의 새로운 원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비제이바이오켐은 버려지는 커피찌꺼기에서 오일을 추출하여 팜오일을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해 MES(메칠에스터설포네이트) 계면활성제로 전환하는 전체 공정을 개발했다.
세 번째는 다당류를 이용한 바이오소재 개발이다. 가장 안전한 포도당, 다당류를 이용하여 노화방지제, 바이오폴리머 등을 이미 상업화했고, 산업자원부 지원을 받아 효소를 이용한 포도당계면활성제의 생물전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 CEO는 “소재 원천기술은 대부분 다국적 기업들이 갖고 있고, 시장의 트랜드도 유럽이나 북미의 다국적 기업들이 선도한다"며 "소재의 국산화가 아니라 우리 만의 독창적인 소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