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정답을 알기 힘든 일이 수두룩하다. 똑 부러진 답이 없을 땐 서로 자신의 주장이 맞다고 우긴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백신을 꼭 맞아야 하는지를 놓고 그랬다. 폭력적 게임이 청소년의 폭력성을 키우는지, 지능은 유전과 환경 중 어느 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지 등에 관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화학자이자 과학저널리스트인 마이 티 응우옌 킴은 사회적 논쟁이 되는 이슈 대부분이 과학과 관련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사회를 읽는 과학적인 방법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세상은 온통 과학이야>를 썼다. 저자는 일상 속 재밌는 과학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채널 ‘마이랩’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 힘쓰는 과학자다. 구독자가 147만 명에 이르는 인기 채널이다.
수많은 매체 덕분에 사람들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과학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과학이란 이름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된 ‘가짜 뉴스’도 활개 치고 있다. 바이러스와 면역체계,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 지능의 유전성, 동물실험의 윤리성 등 뜨거운 논쟁 뒤엔 종종 출처가 불분명한, 혹은 입맛대로 해석된 ‘유사 과학’이 따라붙는다. 조각 데이터에 왜곡된 해석을 붙이면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과학적 근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 책은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쟁거리에 대해 과학적 설명을 시도하지만,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단지 해당 논쟁과 관련한 최신의 지식은 무엇인지 소개하고, 어떤 주장이 거짓말에 가까운지 등을 친절하게 입증해 나간다.
저자는 과학은 ‘진리’가 아니라고 말한다. 다만 과학적 토론을 거친 합의를 통해 ‘진리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과학적 데이터를 올바르게 해석하고, 한 주제의 다양한 면을 볼 준비가 됐을 때 건설적인 토론을 통해 과학적 진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특정 주제를 놓고 논쟁이 붙을 때 해당 주제의 다양한 측면을 볼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독일의 대표 주간뉴스 잡지 ‘슈피겔’이 뽑은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