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평가 “부동산PF 부실에 캐피탈사 유동성 리스크 현실화 커져”

입력 2022-11-11 16:38
수정 2022-11-14 09:42
이 기사는 11월 11일 16: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캐피탈사의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신용평가사의 진단이 나왔다. 반면 은행과 보험 등은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PF 부실 등을 충분히 견딜 기초체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됐다. ◆A등급 이하 캐피탈사 등급 하방 압력 확대윤희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와 한국기업평가가 공동으로 주최한 ‘불안정한 시대의 위험과 기대요인’ 세미나에서 “최근 캐피탈사가 유동성 경색을 겪는 주된 원인은 금리 상승보다는 부동산PF 부실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크게 반영된 것”이라며 “부동산PF 이슈가 먼저 해결되기 전에는 유동성 문제가 쉽게 풀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캐피탈사의 조달금리는 올해 10월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캐피탈채의 평균 발행금리는 1.9%로 집계됐다. 하지만 신규 캐피탈채 발행금리(AA-등급, 3년물)는 6%를 넘었다. 이런 금리상승이 지속되면 캐피탈사의 평균 조달금리는 올해 10월말 2.7%에서 내년 6월말 3.9%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윤 연구원은 “부동산PF 중에서도 브릿지론으르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브릿지론은 향후 부동산PF로 전환되는 걸 전제로 하지만 최근 금융기관들이 부동산PF를 취급하지 않으려 하다 보니 브릿지론이 부실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은행과 보험사, 캐피탈사 등 금융기관들은 저금리 시대에 부동산PF를 중심으로 자산을 늘려왔다. 다만 은행과 보험사 등은 안정적인 선순위 대출 위주로 취급했지만 캐피탈사는 상대적으로 사업장 규모가 작고 리스크가 높은 중후 순위 대출을 주로 취급했다.

윤 연구원은 “캐피탈사 중에서도 신용등급 A급 이하인 곳들의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더욱 높을 것”이라며 “이들 캐피탈사가 보유한 부동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져)의 경우 양적·질적 측면에서 부실 우려가 커 손실 흡수력 측면에서 열위하다”고 평가했다. ◆시중은행, 리스크 대응 능력 견조상대적으로 국내 은행은 리스크 대응 능력이 나쁘지 않아 신용등급 하방 압력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국내 시중은행들의 담보대출 비중은 55%에서 75%로 높아졌다. 과거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특정 산업에 집중적으로 대출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특정 차주에 대한 집중도도 하락했다.

최병두 피치 이사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은행의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은 맞지만 한국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며 “한국 시중은행의 재무 건전성 지표와 리스크 관리 역량은 신용등급을 조정할 정도 약화하지 않았다”고 바라봤다.

국내 채권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시중은행이 유동성 공급 주체가 됐지만, 이 역시 신용등급에 무리가 가는 수준은 아닐 것이란 평가다.

장혜규 피치 상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증권사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금융권이 부담을 나눠진 적이 있다”며 “물론 지금 상황이 지속돼 은행의 건전성 지표가 악화한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유동성 공급에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보험사의 경우 부동산 시장 상황보다는 내년부터 보험업계에 도입되는 새 회계기준인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끼칠 가장 큰 요인으로 꼽혔다. 신지급여력제도는 보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산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완 시 와이 피치 아태지역 시니어 디렉터는 “보험사로선 금리 상승기에 보험 부채의 시가가 낮아지게 되는 만큼 자본관리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해진다”며 “채권 투자 측면에서는 단기 채권의 만기를 장기화하려 하고 환율 상승 등 투자 비용을 감안해 해외 채권보단 국내 채권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