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경영이 위태로워졌다. 핵심 임원들이 줄줄이 사표를 내고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경고장을 날렸다. 머스크는 임직원들에게 “파산 가능성”을 언급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위터에서 요엘 로스 신뢰·안전 담당 글로벌 책임자가 이날 퇴사를 결정했다. 로스는 가짜 뉴스 관리를 담당했던 인물로 지난 9일 머스크와 함께 광고주를 대상으로 한 전화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리아 키스너 최고 정보보안 책임자(CISO), 데이미언 키런 최고 개인정보 책임자(CPO), 메리앤 포거티 최고 준법감시 책임자(CCO)도 9일 밤과 10일 오전 새 사표를 냈다.
머스크의 과격한 경영 방침이 임직원들의 반발을 불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는 지난 3일 직원 7500명 중 절반(3700명)을 해고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도 "주 80시간 근무에 대비하라"며 "무료 음식과 같은 특혜는 줄어들 것"이라고 통보했다. 9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단체 메일에선 "광고 수입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구독 수익을 늘리지 못하면 트위터는 다가오는 경기침체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재택근무 금지를 명령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재택근무 금지 이유를 묻는 직원의 질문에 머스크는 '짜증을 드러내는 얼굴'로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려면 그래야 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력 감소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엔 "(일이) 더 격렬해질(hardcore) 것"이라며 "높은 의욕을 가진 소수의 뛰어난 사람들이 적당한 의욕을 가진 소수의 고성과자보다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격렬하게 일을 못 하면 트위터는 당신을 위한 곳이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다.
줄사표가 나오자 FTC도 경고 성명을 냈다. FTC는 10일 "깊은 우려를 품고 트위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어떤 최고경영자(CEO)나 회사도 법 위에 설 수 없으며 회사는 합의사항 준수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위터의 법 준수를 강제하기 위해 추가 수단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머스크는 파산까지 고려할 만큼 경영 여건이 나쁘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는 10일 임직원들에게 "수십억 달러 규모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현금흐름이 좋지 않아 파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부채는 52억9000만달러(약 7조원)에서 머스크의 인수 후 185억달러(약 24조4000억원)로 불어났다. 갚아야 할 연이자만 12억달러(약 1조5800억원)에 달한다. 지난 6월 말 기준 트위터 현금흐름(약 11억달러)을 웃도는 액수다. 이미 하루 400만달러씩 손실을 보던 중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의 광고주가 이탈하면서 실적 악화 가능성도 더 커진 상황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