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 "참사 현장에도 이후에도 국가는 없다" 강력 질타

입력 2022-11-10 13:46
수정 2022-11-10 13:51


김동연 경기지사(사진)가 10일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정부에 "대통령 직속으로 국민안전자문회의를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많은 국민이 이번 참사에서 '국가는 없었다'고 하고, 각자도생이라는 한탄도 들린다"며 "사고 예방, 사고 대처, (사고)발생 후 수습과정에서 책임을 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경기도민 희생자 2명의 영정을 모신 사례를 소개했다. 김 지사는 "'막을 수 있는 사고였고, 국가의 책임이다. 장례기간이 실제로 하루뿐이었다'는 한 어머님의 말씀이 한없이 무겁게 느껴졌다"며 "또 한분은 3년전 아버지를 위해 골수 이식을 해줬던 장한 딸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희생자 영정과 위패가 없는 156분의 분향소는 '추상'이다"고 정부의 조치를 비판했다. 또 "외국인 희생자가 스물여섯 분이나 있고, 이는 대한민국 참사가 아니라 국제적 사건"이라며 "외신이 지적한대로 국가 리더십의 부재와 위기관리시스템의 실패, 국격에 대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지사는 "공직자로서 희생자 가족 여러분께 다시한번 사과드린다"며 "이런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희생자, 부상자, 가족한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 모두 할 것"

김 지사는 이날 도민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안전예방 핫라인 신설 △도민안전 혁신단 신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스마트 안전관리 강화 △사회재난 합동훈련 실시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지금 실행할 수 있는 안전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필요하면 예비비를 지출할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참사 대신 10·29 참사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 희생자, 유가족을 배려하고 피해를 입을 지역사회를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참사 이후 정부 대응에 대해 줄곧 비판적 목소리를 내 왔다. 경기도는 김 지사는 희생자 합동분양소를 국가 공식 추모기간이 종료된 5일 이후 이후 지난 9일까지 운영했다.

지난 8일엔 "이태원 참사 이후 경기도청 1층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서의 추모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어제까지 없던 환하게 웃는 영정사진 하나가 분향소에 놓여 오늘은 더욱 가슴이 먹먹했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쓰기도 했다.

이날 회견에서도 "국민은 '10·29 참사'를 대처하는 정부와 공직사회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며 "이제라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반성과 성찰,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원=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