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대거 풀었지만…"서울 빠져 거래절벽 해소엔 역부족"

입력 2022-11-10 18:07
수정 2022-11-11 01:48

정부가 10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예상보다 큰 폭으로 부동산 규제 지역을 해제한 것은 주택 경기 침체로 실물경제 전반이 타격을 받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애초 수도권 규제 지역 완화가 집값 불안을 다시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에서 잠재 수요가 비교적 높은 수도권을 규제 지역에서 대거 해제해도 집값이 과열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강원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가 급등하는 등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세종 무주택자 집값 70% 대출이번 조치로 안양·안산(단원구)·구리·군포시 등 경기 9곳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고, 수도권 31곳(고양·남양주·화성·부천·시흥·김포시, 인천 중·동·연수구 등)과 세종은 조정대상지역 규제에서 벗어났다. 특히 수원·안양·의왕·용인(수지·기흥구) 등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규제가 한 번에 사라졌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전국에 종전 43곳이던 투기과열지구를 39곳으로, 101곳이던 조정대상지역은 60곳으로 줄였지만, 수도권 규제 지역을 중심으로 완화 요구가 이어지자 추가 해제 조치를 단행했다.

규제가 풀린 지역에서 집을 새로 사거나 보유한 사람은 10개가 넘는 세금·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먼저 규제 지역에서 50%인 담보인정비율(LTV)이 70%로 상향된다. 다주택자도 집값의 최고 60%까지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세 부담도 대폭 줄어든다. 비규제 지역에선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세율이 1.2~6.0%에서 0.6~3.0%로 낮아진다. 또 보유 기간에 따라 최고 30%까지 세금을 감면받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1주택자가 규제 지역에 집을 더 사면 8%의 취득세율이 적용되지만, 비규제 지역에선 1주택자처럼 1~3%만 내면 된다.

청약 및 전매제한 규제도 풀린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2년 이상이어야 1순위 청약 자격이 주어지지만, 비규제 지역에선 가입 후 1년(비수도권 6개월)만 지났다면 세대주와 세대원 모두 청약에 도전할 수 있다. 계약 후 6개월(광역시는 3년)이 지나면 전매가 가능하고, 재당첨 제한도 없다. ○“집값 다시 오를 가능성 낮아”이번 규제 지역 해제 조치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는 “투기 수요를 자극하거나 집값이 다시 치솟을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수년간에 걸친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크고, 금리도 계속 오르는 추세여서 주택 수요가 단기간에 되살아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8%에 육박한 데다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남아 있어 LTV가 완화돼도 고소득자가 아니면 대출 한도가 대폭 늘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집값 고점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도 주택 수요 회복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5월 둘째주 이후 27주 연속 하락세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지난 9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경기 파주시, 울산 중·남구 등의 집값이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주택 거래 부진이 계속되면 조만간 서울 외곽 지역의 규제 지역 추가 해제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