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익 극대화에 필요한 편의를 봐달라’는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요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거쳐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전달돼 성남시 의사결정에 반영됐다는 수사 내용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공소장에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원장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곧 이 대표의 또 다른 최측근인 정 실장 신병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대장동 일당이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 특혜 요구를 당시 성남시장인 이 대표에게 전달한 정황을 확인하고 해당 내용을 김 부원장 공소장에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에 ‘민간업자 신청 자격에서 건설사는 배제한다’는 내용을 넣는 등 경쟁자 참여를 차단한 것이 대장동 일당의 요구 중 하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수사팀은 대장동 민간사업자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삭제한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변호사)이 이 대표에게 대면보고를 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고 한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특혜를 약속받고 이 대표 측에 대선자금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선 이미 입증할 증거를 충분히 확보했다고 자신하고 있다. 김 부원장이 지난해 4~8월 ‘남욱 변호사→정 변호사→유 전 본부장’을 거쳐 총 8억4700만원을 받은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이 같은 근거를 바탕으로 지난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김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 정 변호사를 기소했다. 정 실장이 2013~2020년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1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수사하고 있다.
대장동 일당이 이 대표에게 개발사업 인허가 특혜 등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이 정 실장에 대한 수사망을 더욱 촘촘히 좁혀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9일 정 실장 자택과 민주당 당사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영장에 이 대표와 정 실장을 ‘정치적 공동체’라고 적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과 함께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인 김만배 씨에게 대장동 수익금을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에 김씨가 본인 지분의 절반을 정 실장을 비롯한 세 사람 몫으로 인정해 428억원을 준다고 했다고 한다.
검찰은 김씨가 정 실장 등에게 가야 할 지분을 49%로 합의한 2015년 2월 김씨가 “잘 보관하겠다. 필요할 때 쓰라”고 말한 데 대해 정 실장이 “저수지에 넣어둔 셈”이라고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은 ‘성남FC 후원금 의혹’에도 연루돼 출국 금지된 상태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정 실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을 때 체포영장도 함께 발부받으려 했음을 고려하면 조만간 정 실장 신병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실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입장문을 내 “거짓은 진실을 이길 수 없다”며 “수사에 당당하고 떳떳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최한종/김진성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