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하원을 탈환한 공화당을 향해 “함께 일할 준비가 됐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어떤 제안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처방약 가격 인상, 부유층 감세 등 민주당 노선과 배치되는 입법 시도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선거 다음 날인 9일(현지시간) 밝은 표정으로 백악관 기자회견 연단에서 민주당 선전에 대해 “민주주의와 미국에 좋은 날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언론과 전문가들이 예측한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는 없었다”며 “우리(민주당)가 잘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과의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미국인들은 매일 정쟁이 계속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여러 현안에서 공화당과 타협하는 게 타당하면 그럴 준비가 됐다”고 설명했다.
공화당에 대한 견제도 늦추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펜을 가지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킬 공화당의 어떤 제안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처방약 가격 인하에 반대하는 공화당을 겨냥해 “유권자들은 처방약에 높은 비용을 지급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가격을 내릴 것이며 이는 타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는 또 △기후위기 대응 축소 △대기업 및 부유층 감세 △낙태 금지 등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재선 도전 여부는 내년 초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간선거 결과로 재선 도전 가능성이 더 커졌냐’는 질문에 “중간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다시 출마할 생각이었다”며 “가족들도 모두 내가 재출마하길 바라는 것 같지만 좀 더 논의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오는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대면 회담을 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각자의 레드라인(양보할 수 없는 선)이 무엇인지 논의하면서 그가 생각하는 중국의 핵심 이익과 내가 아는 미국의 핵심 이익을 이해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핵심 이익이 서로 충돌하는지 보고 만일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대만 문제, 공정무역, 역내 다른 나라와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논의하겠지만 (이 사안들에 대해선) 어떤 근본적인 양보도 할 의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