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기업 인권경영 리포트’는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른 인권경영과 관련된 글로벌 동향과 모범사례를 살펴봅니다. 해외 주요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권경영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의 인권경영 전문가들이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최근 주요국에서 인권경영을 법제화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국내에서도 인권경영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의무기업은 공급망 내 인권리스크도 점검해야 하기에 때문에 대응이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 독일 공급망 실사법 시행을 앞둔 독일의 기업들은 실사법 시행에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독일의 대표적인 기업 바스프(BASF)는 아디다스와 더불어 인권경영 독일 모범기업으로 손꼽힌다. 2021년에 독일 연방경제협력개발부(BMZ)와 협력해 지멘스를 비롯한 9개 회사와 함께 인권경영 모범사례들을 소개하는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인권경영은 협력사와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인권경영의 비결을 자사의 영업비밀로만 여기지 않고 널리 공유해 기업의 인권존중책임을 견인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 공급망 실사법에 따라 1차 협력사도 직접적인 실사 범위에 속하는데, 바스프는 1차 협력사가 약 7만곳이기 때문이다.
공급망 내의 인권 및 환경 리스크에 사전·사후 대응하기 위해 바스프가 주력한 것은 인권실사의 내재화와 체계수립이었다. 형식적 개선 조치와 캠페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사내 의사결정과 실무체계에 인권실사를 반영하도록 노력한 셈이다. 통상 인권경영을 전담부서만의 업무로 여겨 부서 간 장벽(Silo)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바스프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서 간 인권경영 협의체를 수립했다. 이는 공동의 목표인 인권경영을 위해 유관부서 간의 긴밀한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협의체에 참여하는 유관부서로는 컴플라이언스, 법무, 구매, 인사, 경영전략, 보안, 안전보건, 환경 등이다. 이러한 협의체는 인권실사를 위한 부서별 과제를 공유해 대응 전략을 함께 마련하는 등 실무자들의 인권경영 전문성을 축적하는 마중물이 됐다.
국내에서 인권경영을 위한 조직을 구성할 때, 임직원만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독립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힘들고, 내외부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담보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임직원으로 구성된 인권경영 조직의 경우는 기업 내 사정에 국한된 소극적 조치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바스프는 별도의 인권 자문위원회를 설립했다. 위원회는 유관부서의 내부위원과 인권전문가인 외부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바스프는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이사회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하였다. 바로 이해관계자 자문위원회가 그것이다. 이해관계자 자문위원회는 매년 이사회와 함께 기후변화, 주요 인권 이슈 등을 논의한다. 최고경영자가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며, 위원회는 학계, 비영리 기구 등 다양한 배경의 이해관계자로 구성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고충 처리와 구제절차는 단순히 사후 조치만을 위한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서 명시한 고충처리제도는 기업이 인권위험을 조기에 식별하고 완화해 사법적 구제절차보다 더욱 신속하게 피해의 전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고충처리제도를 수립 및 점검하는 과정에서 내외부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은 필수다.
바스프는 지역사회 자문 패널을 수립해 전 세계 사업장 인근의 지역사회를 비롯한 여러 이해관계자와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수렴한 사항들은 실제적·잠재적 인권영향을 식별하고 고충 해결과 구제절차 효용성을 평가하는 데에도 활용한다. 한국 바스프도 2002년 여수를 시작으로, 한국 내 공장에서 분기마다 지역사회 자문 패널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난 9월에 열린 유엔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기업과 인권 포럼'에서 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인권경영 법제화를 위한 노력을 공언했다. 인도에서도 기업부(Ministry of Corporate Affairs)에서 공급망 인권실사 지침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경제산업성과 외무성이 공급망 인권존중지침을 발표했다. 아시아에서도 인권경영을 위한 논의가 심화하는 만큼, 우리 기업들에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듯하다.
정현찬 법무법인 지평 전문위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인권경영위원회 외부위원
한국어촌어항공단 인권경영위원회 외부위원
경기문화재단 ESG추진위원회 외부위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