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와 물밑접촉 인정…우크라 "푸틴과 협상 안해"

입력 2022-11-08 17:59
수정 2022-11-09 00:40
미국 백악관과 러시아 크렘린궁이 고위급 접촉을 해온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진실된 평화회담에 임하도록 강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를 기후변화 등 다양한 국제 현안에서 불안정을 초래하는 세력이라고 비난하면서 “기후 의제에 진지하다면 우크라이나의 영토 안정성을 회복할 필요성에도 진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진실된 평화회담을 하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5일 미국 정부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도록 물밑 설득 작업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는 협상을 거부한 적이 없다”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 협상할 준비는 돼 있지만 러시아가 먼저 철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협상 상대는 미래의 러시아 지도자이지 푸틴 대통령은 아니라고 한층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WP 보도 외에도 최근 미국이 러시아와의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백악관이 러시아 크렘린궁과 소통 채널을 유지해 왔다는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 내용도 사실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크렘린궁과 접촉을 계속하는 것이 이번 전쟁에 영향을 받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의 접촉과 별도로 전쟁의 책임이 러시아에 있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이날 러시아 매체 코메르산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 재개 협상을 연내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전략핵탄두를 비롯한 미사일, 폭격기 수를 제한하기로 한 협정으로 2026년 만료된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