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나섰다.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진으로 이뤄진 자문단을 구성하면서다. CJ가 글로벌 석학을 끌어들여 신약 개발 경쟁력 확보를 바이오 사업의 최우선 순위에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면역·뇌 과학 전문가로 자문단 구성
8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하버드대 의대, MIT 교수진 5명으로 구성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R&D 자문단 ‘CJ인스티튜트(CJ Institute)’를 구성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주력 사업 외에 CJ그룹의 바이오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자문단에는 하버드대 의대의 허준렬 교수(사진), 허선 교수, 피터 박 교수와 MIT의 글로리아 최 부교수, 정광훈 부교수가 참여했다. CJ 관계자는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석학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미래 유망 기술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자문단은 CJ의 바이오 사업 중에서도 신약 개발과 질병 진단,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R&D 전략을 조언할 예정이다. 자문위원의 연구 분야가 면역과 중추신경계, 유전체 분석에 집중된 만큼 CJ의 R&D 초점도 이 분야에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분야 석학인 허준렬 교수는 “최신 바이오 기술 연구 성과와 유망 스타트업을 CJ에 연결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CJ는 유망 바이오벤처 투자는 물론 기술이전, 합작사 설립, 인수합병(M&A)에 자문단의 기술 자문을 구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면역 관련 질환 치료제와 진단, 디지털 헬스케어로 사업을 확장하겠다”고 했다. 바이오 R&D 강화 포석CJ가 자문단을 꾸린 건 그만큼 바이오 사업 육성 의지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계 바이오·헬스케어 R&D 중심지인 미국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대·MIT 교수진을 끌어들인 데서는 무엇보다 최신 기초과학 연구 흐름과 상업화 기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는 포석이다. CJ는 바이오를 아우르는 ‘웰니스(Wellness)’를 그룹의 4대 미래 성장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두고 있다.
CJ는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를 한국콜마에 매각하며 제약사업에서 손을 뗐다. 3년 후인 지난해 ‘깜짝 M&A’ 두 건을 성사시키며 바이오사업에 다시 진출했다. 그중 하나가 CJ바이오사이언스 인수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면역항암제와 염증성 장질환 등을 개발하고 있다. 모두 우리 몸의 면역계와 관련된 분야다.
CJ는 나아가 마이크로바이옴을 자폐증 등 뇌 질환에도 적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허준렬 교수는 자폐와 면역세포의 연관성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국내외에서 이런 상관관계를 바탕으로 신약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 인수 직후엔 네덜란드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바타비아를 2677억원에 인수했다.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전자 치료제 생산에 특화돼 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