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힘을 쏟는 분야 중 하나가 양수발전소다. 양수발전은 에너지의 생산과 저장이 동시에 가능한 장점이 있어서다. 일종의 ‘친환경 배터리’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수원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에너지 저장장치(ESS) 설비 부담을 양수발전이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양수발전은 수차를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발전,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물을 위로 퍼 올린다. 양수 작업은 주로 전기가 남는 시간대에 전기를 이용해 물을 상부댐으로 올려놓는 것을 의미한다. 양수발전은 발전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짧고 전력이 넘칠 때는 넘치는 전력을 활용해 계통부담까지 덜어준다는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중 하나인 양수 발전량이 늘어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약 158GW(기가와트)인 양수발전 용량은 2030년에는 240GW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양수발전소는 블랙아웃 등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경우에는 자체 기동발전을 통해 주변의 대형 발전소에 기동용 전력을 공급, 전력 수급 비상시에 전력 계통의 마지막 보루 역할도 하고 있다.
2011년 9월 15일 예상을 넘어선 전력수요 급증으로 순환 정전 사태가 발생해 블랙아웃 위기가 찾아오자 당시 양수발전소는 상부댐에 저장되어 있던 물을 떨어뜨리며 즉각 전기를 생산해 전국적인 대규모 정전 사태를 막았다. 2022년 3월에는 울진·삼척 산불로 원전 가동이 중단됐을 때 계통안정을 위해 양수발전(2.1GW)이 투입되기도 했다. 기동부터 전기 생산까지 원전은 수십시간, 석탄 화력은 6~10시간, 복합화력은 1~2시간이 걸리는 데 비해 양수발전은 약 3~5분에 불과해 가능한 일이었다.
양수발전소는 현재까지 전력 계통 안정화를 위한 최적의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른 발전량 조절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성에 대응하고 계통 안정화를 백업할 수 있는 설비는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과 양수발전이 있다.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은 응답속도가 빠르지만 용량 및 안정성 문제가 있다. 반면 양수발전은 준공된지 100년 이상 지난 발전소도 몇차례 성능 개선을 거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기술 성숙도도 가장 높아 전세계 전력 계통 운영기관이 가장 선호하는 발전원이기도 하다.
한수원은 정부의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 백업 설비로 총 1.8GW 규모, 3개소의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을 영동(500MW), 홍천(600MW), 포천(700MW) 지역에 추진하고 있다. 영동(2030년), 홍천(2032년), 포천(2034년) 등 양수발전소를 계획기간에 차질 없이 준공해 국가 전력 계통 안정화에 기여할 계획이다.
신규 양수발전소에는 국내 최초로 차세대 수차발전기를 설치한다. 기존에는 발전할 때만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정속 양수를 사용했지만, 신규발전소에는 가변속 양수를 도입해 발전은 물론 양수 과정에서도 출력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