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진이 혈액 줄기세포를 이용해 실험실에서 배양한 혈액을 사상 처음으로 사람 몸에 직접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7일(현지시간) BBC 방송은 영국 브리스톨대 애슐리 토이 교수팀이 최소 10명의 건강한 지원자에게 정상 혈액과 실험실 배양 혈액을 4개월 간격으로 5~10㎖씩 투여하는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첫 참가자 2명은 이미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환자들에게 수혈하는 혈액은 대부분 헌혈에 의존하지만, 겸상 적혈구 빈혈증 같은 질환이 있거나 매우 희소한 특수 혈액형인 경우 혈액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어떤 혈액형은 매우 드물어서 영국에 헌혈할 사람이 10명 밖에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희소한 봄베이 혈액형은 영국 전체 비축량이 3차례 수혈분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연구팀은 혈액 공급이 어려운 희소 혈액형 제조를 목표로 산소를 폐에서 온몸으로 운반하는 적혈구를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자기 구슬(magnetic beads)을 이용해 헌혈 혈액(470㎖)에서 적혈구가 될 줄기세포를 분리하고 이를 실험실에서 대량 배양한 뒤 적혈구로 분화시킨다.
이 과정에 3주 정도가 소요되고, 첫 단계에서 분리한 줄기세포 50만 개는 배양과 분화 과정을 거쳐 500억개의 적혈구 세포가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가운데 이식에 적합한 단계의 적혈구 150억개를 선별해 환자에게 투여한다.
토이 교수는 "미래에는 가능한 많은 혈액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사무실에 설치된 기계에서 헌혈한 혈액으로부터 배양 혈액을 계속 생산하는 게 우리 비전"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임상시험 참가자에게 투여되는 배양 혈액에는 의료용 방사성 물질 꼬리표가 부착돼 있어 이 적혈구가 몸속에서 얼마나 오래 기능하는지 추적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극복해야 할 재정적 기술적 과제가 남아있다.
연구팀이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현재 기술로는 혈액을 배양하는 데 드는 비용은 헌혈로 혈액을 얻는 것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헌혈 혈액에서 채취한 줄기세포 역시 증식 능력에 제한이 있어 혈액을 임상에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대량으로 배양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