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10위권 대형 제약사와 위탁개발(CDO)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계약이 성사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O 사업 대상이 중소형 바이오텍 중심에서 글로벌 빅파머로 넓혀진다.
제임스 박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영업센터장(부사장·사진)은 최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폐막한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콘퍼런스인 ‘CPHI 월드와이드 2022’에서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대형 제약사에 CDO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췄다”며 “대형 제약사와 CDO 계약 체결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사업으로 출발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개발한 바이오의약품을 단순 생산해주는 사업이다. 10여 년 만에 세계 최대 CMO로 성장했다. 2018년엔 제약사, 바이오벤처와 신약 후보물질을 함께 발굴하는 CDO로 영역을 넓혔다. 공동개발 성과가 임상 및 상업화 제품 생산(CMO) 수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소형 바이오벤처를 중심으로 올 3분기 100건의 CDO 누적 수주를 달성했다. 박 부사장은 “중국 업체들이 미·중 갈등으로 수주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업 확대의 기회로 삼겠다”고 했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CDO 사업을 기반으로 글로벌 CMO로 성장한 대표적인 업체다.
세포·유전자 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건 시기상조라고 봤다. 박 부사장은 “글로벌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20년 전 항체의약품 상황과 비슷하다”며 “본격적으로 진출하기엔 이르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중심으로 새로운 항체의약품 개발 성과가 이어져 이 분야의 생산시설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 등이 들어설 제2바이오 캠퍼스 조성을 위해 인천 송도에 4260억원을 들여 35만7000㎡ 규모 부지를 확보했다. 5공장에도 단일항체를 비롯해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항체 등 항체 기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사장은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에 대해서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