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포의 핵균형' 모색해야

입력 2022-11-06 18:10
수정 2022-11-07 00:04
북한의 공세적 대남 도발 행태가 예사롭지 않다. 도발 위협의 빈도와 수위 강도가 매우 위협적이고 노골적이다. 올해만 벌써 미사일 도발이 30회를 넘어섰다. 여러 지역에서 수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하고, 사거리도 불문이다. 그 종류도 화성 17형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저고도, 고고도, 회피기동, 극초음속 등 다양하다. 발사 플랫폼도 열차, 저수지 등으로 다변화했다. 특히 지난 9월 북한이 ‘핵무력 정책법’을 제정한 이후 도발은 공세적 위협적으로 돌변했다. 위협은 미사일 발사, 공중 무력 시위, 해안 포사격 등 다양해졌다. 지난 2일에는 4회에 걸쳐 25발의 미사일을 쏘고 그중 한 발은 울릉도를 향했다. 실질적 영토침해를 자행하면서 울릉도에는 6·25 남침 이후 처음으로 공급경보가 발령됐다.

최근 북한의 도발 행태는 이전과 다른 패턴이다. 예년에는 ‘말 폭탄’으로만 엄포를 놓았다면 올해는 ‘무력도발로 맞대응(tit for tat)’하고 있다. 북한이 사실상 전술 핵무력과 다양한 핵 수단을 보유한 것에서 나온 ‘무모한 자신감’이 아닌가 생각된다. 서방과 중·러의 대립으로 인해 대북제재가 불가한 국제환경도 또 다른 요인이다. 여기에 김정은 집권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인한 잠재된 내부 불만을 외부로 전환할 필요성도 한몫했다. 하지만 북한 매체는 미사일 발사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미사일 발사=민생 외면’이라는 내부 불만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핵위협은 실질적 위협이고 7차 핵실험의 징후도 감지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한 북한의 추가 도발을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북핵 폐기 가능성이 제로인 현실에서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는 것이 당면과제다. 지난 3일 미국 워싱턴DC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북핵 억제 관련 동맹의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의미가 있다. 한·미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대응하는 기본 틀 마련’, ‘확장억제 수단 운용 연습의 연례적 개최’, ‘핵우산 강화와 매년 핵대응 훈련 실시’ 등에 합의했다. 사실상 ‘나토식 핵공유’를 ‘한국형 확장억제’로 구체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B-1B 폭격기의 한반도 전개는 확장억제를 위한 것이다. 올해 북한은 전술핵 운용부대를 조직하고 핵 사용을 노골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형 확장억제’만으로는 억제 효과가 미흡하다. 공포의 핵 균형을 이룰 실효적 방책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처하는 우리 안보 대비 태세의 취약점이 노출됐다. 북한 미사일 도발 무력 대응 과정에서 낙탄, 신호 추적 실패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훈련 부족과 장비점검 소홀이 만든 군의 직무유기다. 차제에 강군(强軍) 전략도 새롭게 짜야 한다. 그리고 울릉도 공습경보 대비 상황은 너무도 허술하고 안이했다. 공습경보가 발령됐지만, 주민 재난 대피 문자는 사태가 종료된 24분 뒤에야 발송됐다. 다른 지역도 울릉도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그간 민방위 훈련은 매우 형식적 행사였기 때문이다. 북핵 위협의 현실에서 민방위 훈련도 핵 민방위 훈련으로 전환하고, 국민의 적극적 참여를 강구해야 한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에 맞대응하면서 경제적 피로감이 상당히 누적된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내부 위기를 서해 북방한계선(NLL) 또는 비무장지대(DMZ) 도발로 찾을 수도 있다. 한·미·일 공조로 도발에 철저히 대비하고 김정은 정권의 종말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