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꿈의 화질’로 불리는 8K 모니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기존 4K 대비 화질이 4배나 선명한 8K급 화질을 구현하기 위해 제조사와 부품사가 함께 협심하고 있다. 영화관 못지않은 초고해상도 제품으로 모니터 시장의 불황을 타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49형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네오 G9’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제품은 가로 해상도(7680×2160)를 기준으로 8K UHD 화질을 충족하는 세계 최초 8K 울트라와이드 모니터가 될 전망이다.
신제품은 최신 영상 출력 규격인 ‘디스플레이포트 2.1’을 지원하는 그래픽카드와 AMD의 가변 주사율 기술인 프리싱크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최대 240Hz(헤르츠)의 화면 주사율로 8K 화질을 지원하는 게임을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면비는 32 대 9로, 광원으론 삼성전자의 네오 QLED TV에 탑재되는 퀀텀 미니 LED(발광다이오드)를 활용한다.
업계는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내년부터 8K 모니터를 출시하는 제조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AMD는 최근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인 라데온 RX 7900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LG전자와 델, 에이서, 에이수스도 내년 초 8K급 게이밍 모니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간 전자업체는 모니터보다 TV에서 8K 화질 구현을 위해 공을 들였다. 초대형 TV에 비해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은 모니터로 8K 화질을 구현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초고해상도를 출력해야 하는 모니터는 물론 PC에서도 큰 발열 없이 8K 콘텐츠를 끊임없이 재생할 수 있도록 고성능 CPU와 GPU 등 관련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8K는 현재 영상의 주를 이루고 있는 FHD 대비 16배, 4K UHD보다 4배 선명한 해상도를 갖춘다.
8K 모니터 시장의 본격적인 개화는 관련 업계의 부단한 연구개발(R&D) 노력에 따른 결과다. 우선 초고해상도 게임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GPU에서 비약적인 발전이 이뤄졌다. AMD 라데온 RX 7900 시리즈의 영상 출력 대역폭은 최대 54Gbps(기가비피에스)로 8K 165Hz 모니터를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관련 규격도 새롭게 정의됐다. VESA(비디오전자공학협회)는 영상 대역 폭을 높여 8K 화질의 멀티미디어를 끊김 없이 구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디스플레이포트 2.1을 최근 내놨다.
다만 8K 모니터가 새로운 주류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높은 가격과 8K 전용 게임 부족이 해결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후반 처음 등장한 8K TV는 전용 콘텐츠가 부족해 시장이 크게 확대되지 못했다”며 “게임업계에서 준비 중인 8K 게임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가 8K 모니터 시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