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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을 주도한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이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강도 높은 긴축에 이들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왕적인 창업자 등 빅테크 자체의 문제점도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인력 감축 나선 빅테크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3일(현지시간) 회사 직원들에게 공지를 보내 모든 부문에서 채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앞서 지난달 리테일부문 채용을 동결했다. 이번 조치는 본사 소프트웨어 개발 등 기술 전문직까지 포함할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미국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애플도 거의 모든 고용을 중단했다.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애플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매장 영업 직원은 추가 채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전체적인 채용 동결이 내년 9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차량 호출업체 리프트는 이날 전체 직원 13%를 감축할 예정이라며 직원들에게 사실상 해고를 통지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인수한 소셜미디어 트위터도 대대적인 정리해고 절차에 들어갔다.
스타트업과 금융 기업도 감원에 착수했다. 100조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스타트업으로 불린 온라인 결제서비스 업체 스트라이프는 이날 직원의 14%를 해고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패트릭 콜리슨 스트라이프 최고경영자(CEO)는 “올해와 내년 경제가 얼마나 성장하고 운영비가 얼마나 증가할지를 잘못 판단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말했다. 명상·수면 관련 앱 캄과 배달업체 고퍼프도 인력 감축 대열에 합류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50여 명을 내보내기로 했다. 성장 모델 한계 다다라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5대 미국 빅테크의 설비투자액은 2020년 1060억달러(약 150조7800억원)에서 지난해 1400억달러로 32% 증가했다. 올 들어서는 지난 9월까지만 1680억달러에 달했다.
빅테크의 투자 확대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일단 사용자 수를 늘려서 점유율을 확보한 뒤 추후 쉽게 사업화에 나서는 ‘플랫폼 효과’를 노린 것이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가입자를 먼저 늘린 뒤 수익 사업에 나서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성장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도 작용했다. 빅테크는 고성장 속도에 맞춰 데이터센터와 직원, 사무실 등을 미리 준비했다. 그동안에는 가파른 성장이 이어지면서 이 같은 모델에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Fed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긴축에 나서자 플랫폼 효과에 제동이 걸렸다. 자금 조달이 힘들어졌고 점유율 늘리기에도 한계가 왔다고 FT는 전했다.
이들이 몸집을 경쟁적으로 키우면서 사업 영역도 겹치기 시작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이 대표적이다. 전자상거래를 주력으로 삼던 아마존은 ‘아마존프라임’, 애플도 ‘애플TV’를 출시하면서 경쟁을 가열시켰다. 경쟁 심화로 이익도 줄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5년 전 60%에 육박했던 5대 IT기업들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은 최근 26%까지 하락했다.
경영 방식의 문제도 지적된다. 빅테크에서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는 경우가 많은 창업자의 결정을 뒤집기 어려울 때가 많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 사업에 최고 1000억달러까지 투자하기로 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수익성 악화로 메타 주식은 올 들어 70%가량 폭락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빅테크 수장들이 투자자들의 의견을 듣고 더 나은 성과를 제시해야 할 책임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