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악령 씌인 유럽 마을…원인은 호밀에 퍼진 곰팡이?

입력 2022-11-04 18:03
수정 2022-11-04 23:53
2019년 개봉한 공포영화 ‘미드소마’에선 마을 사람들이 단체로 기이한 춤판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춤을 추는 건지, 팔다리가 뒤틀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이 괴상한 움직임은 모든 사람들이 쓰러질 때까지 이어진다. 공포영화 속 한 장면은 실제 유럽에서 종종 일어났다. 1518년 프랑스에선 수백여 명이 온몸을 정신없이 흔드는 ‘무도광’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들이 악령에 씌었다고 수군댔다.

공학박사이자 공상과학(SF) 소설가인 곽재식 작가는 이 오싹한 이야기의 원인을 ‘맥각병’에서 찾는다. 곰팡이의 한 종류인 맥각은 사람의 뇌와 신경을 망가뜨려 착란증세를 유발하는데, 당시 유럽 사람들의 주식이었던 호밀에 맥각병이 퍼졌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곽재식의 유령 잡는 화학자>는 이처럼 과학 지식을 사용해 초자연적인 현상의 허점을 찌른다.

책 목록도 흥미롭다. ‘악령 들린 인형을 물리치는 열팽창’ ‘유령의 발소리를 물리치는 타우 단백질’ 등이다. 해병대가 용맹함과 패기로 귀신을 때려잡는다면, 저자는 과학 지식으로 유령을 잡는다. 오싹한 괴담을 좋아하는 ‘공포 마니아’뿐 아니라 과학 지식을 재밌게 배우고 싶은 사람도 읽어볼 만하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