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중간 지점을 돌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실적 감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적 발표를 마친 상장사 세 곳 중 한 곳은 증권사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어닝쇼크’ 기업 속출
4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까지 증권사 컨센서스(실적 전망치 평균)가 있는 상장사 118곳이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실제 영업이익이 증권사 전망치보다 10% 이상 낮았던 기업은 33곳이었다. 전체의 32.2%가 어닝쇼크를 낸 셈이다.
전망치에 비해 가장 저조한 성적을 보인 업체는 한화시스템이었다. 증권사들은 이 회사 3분기 영업이익이 평균 284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98.2% 적은 5억원에 불과했다. 주력 사업인 방산 분야 매출이 감소한 데다 투자비용도 증가한 게 원인이다.
기아도 컨센서스 대비 60.7% 줄어든 768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 그쳤다. 세타2 엔진 결함 관련 충당금이 반영된 여파다. 이어 NH투자증권(-59.4%), 세아베스틸지주(-52.3%), 고려아연(-45.8%), 현대차(-45.5%) 등도 전망치 대비 저조한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 합산액도 전망치에 미치지 못했다. 118개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 합산액은 42조2356억원이었지만 실제로는 37조4487억원으로 12.7% 낮았다. 경기침체 등을 반영해 증권사들이 3분기 이전부터 실적 전망치를 계속 낮춰왔음에도 기대보다 더 낮은 성적을 거둔 것이다. 지난해 3분기(47조7495억원)와 비교하면 감소폭은 21.5%로 더 컸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어닝시즌은 어닝쇼크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업 실적 하향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전망치가 3곳 이상인 상장사 263곳의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05조7960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8.9% 줄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예상치는 202조3143억원으로, 1개월 전에 비해 5.8% 감소했다. 그래도 2차전지·조선은 달린다이런 상황에서도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거둔 종목이 속출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118개 종목 중 26곳은 컨센서스를 10% 이상 뛰어넘은 영업이익을 냈다.
하반기 증시 주도주 역할을 해온 2차전지, 태양광, 상사, 조선 관련 기업이 많았다. 한국조선해양은 3분기 전망치를 133% 초과한 188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조선업 슈퍼사이클로 수주 실적이 본격 반영된 덕분이다. SK가스(70.7%), 삼성물산(67.7%), 대우건설(43.8%), 포스코케미칼(42.6%), 삼성바이오로직스(36.6%), LG에너지솔루션(33.9%) 등도 증권가 예상을 넘어선 호실적을 거뒀다. 전문가들은 이익이 개선된 업종은 추세 반전 구간에서 주도주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