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상장' 자회사 주식 배당…모회사 주주 보호효과는 '글쎄'

입력 2022-11-04 17:43
수정 2022-11-07 16:10
물적분할 자회사의 쪼개기 상장 시 모회사 주주들에게 자회사 주식을 현물 배당하는 방안이 ‘모회사 주주 가치 보호’의 대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방식을 내세운 기업이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자 자회사 상장을 앞둔 기업들이 앞다퉈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핵심 자회사를 떼어내면서 모회사 주가는 반토막 난 사례가 많아 주주 보호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쪼개기 상장 기업들에 면죄부만 줄 수 있다는 우려다.

4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체 삼기는 주식 현물 배당 카드를 내세워 자회사 삼기EV의 상장예비심사를 지난달 28일 통과했다. 그러자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사인 필옵틱스도 내년에 자회사 필에너지가 상장하면 주주들에게 필에너지 주식을 현물 배당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NHN도 자회사 NHN클라우드 상장을 위해 자회사 상장 시 기존 주주들에게 주식을 배당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꿨다.

하지만 자회사 주식 배당의 주주 보호 효과는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크게 훼손된 모회사의 주주가치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다. 필옵틱스의 주가는 지난해 2월 1만4000원대에서 4일 종가 기준 7780원으로 반토막 났다. IB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로 훼손된 주주가치를 보전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주식을 배당해야 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영상처리용 시스템 반도체 개발회사 앤씨앤도 좋은 사례다. 앤씨앤은 지난 7월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자회사 넥스트칩을 상장시키면서 연말 시가총액이 물적분할 시점보다 떨어지면 주주들에게 넥스트칩 주식 60만 주를 현물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주가는 넥스트칩 물적분할 당시인 2019년 1월 6000원대 중반에서 최근 1700원대로 폭락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모회사의 기업 가치가 300억원 이상 줄었는데 배당금은 40억원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