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복권 파워볼의 1등 당첨자가 받게 될 당첨금이 15억달러(약 2조1400억원)로 불어난 이유는 미 중앙은행(Fed)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효과라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가 파워볼 ‘대박’ 당첨금을 조성한 주역”이라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워볼 복권 추첨에서 8월 3일부터 11월 2일까지 39회 연속해 1등이 나오지 않으면서 오는 5일 추첨으로 1등이 나올 경우 미국 복권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약 15억달러를 수령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파워볼 운영업체가 홍보하는 15억달러 당첨금에는 ‘함정’이 있다. 이 액수는 당첨금을 30년 동안 미국 국채에 투자한다는 전제로 산정됐다. WSJ은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파워볼 당첨금이 (제로금리 수준이던) 1년 전보다 많이 불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의장이 이끄는 Fed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4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현재 미 기준금리는 연 3.75~4.0%가 됐다. 이를 반영해 국채 금리도 오르면서 30년간 국채 투자를 통해 기대되는 미래 수익이 급증했다는 뜻이다. 이를 간파한 전문가들은 운영업체가 당첨금이 15억달러라고 홍보하는 게 사기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파워볼 당첨자가 당첨금을 한꺼번에 수령할 경우 운영업체는 실제로 7억4500만달러(약 1조600억원)를 지급하게 된다. 여기에서 연방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면 4억7000만달러로 감소하게 된다. 파워볼 당첨자는 당첨금을 한꺼번에 수령하거나 30년 동안 나눠서 받을 수 있다. 운영업체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당첨자 전원은 일시 수령을 택했다.
경제학자들은 파워볼 당첨금을 일시 수령하는게 더 이득이라고 평가했다. 단 일시 수령한 당첨금을 탕진하지 않고 잘 투자할 경우를 전제로 한다. 제대로 투자할 자신만 있다면 굳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감수하며 30년간 당첨금을 나눠받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오는 5일 파워볼 추첨에서 1등에 당첨될 확률은 2억9220만분의 1로 매우 희박하지만, 미국인들은 ‘대박’의 꿈을 꾸며 파워볼을 사고 있다. 미국 복권 역사상 당첨금이 10억달러를 돌파한 사례는 지금까지 5차례 있었다. 지금까지 1등 기록은 2016년 1월 13일 파워볼에서 나온 분할지급 기준 15억8640억달러, 일시불 기준 9835만달러였다. 당시 당첨자가 3명 나와 각 3278만달러씩 나눠 가져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