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노동시장 지각변동…달리지 않으면 생존 못한다"

입력 2022-11-03 18:07
수정 2022-11-04 02:01

“인공지능(AI)은 미래 일자리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겁니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지금 위치를 지키지도 못합니다.”

데이비드 오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는 3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 2022’에서 이같이 말했다. 세계적 노동경제학 석학인 그는 ‘AI 시대: 미래의 일은 어디서 나올까’를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오터 교수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노동시장에서는 기존 일자리가 사라지고 다양한 직업이 생겨나는 지각변동이 일 것”이라며 “교육 수준에 따라 근로자들의 임금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단순 반복’ 직업은 생존 어려워기술 발전의 궤를 따라 새로운 직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미국의 사례는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는 게 오터 교수의 분석이다. 미국에선 1940년 약 5000만 개에 불과하던 직업 종류가 2018년 약 1억5000만 개로 세 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이 중 약 60%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직업이다. 대다수가 컴퓨터와 기술의 발전으로 생겨난 직업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신기술의 등장으로 고학력 근로자와 저학력 근로자의 임금 격차는 더 벌어졌다. 컴퓨터의 활용 범위가 본격 확대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 미국에선 대학 졸업장이 없는 근로자의 임금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단순 반복 업무를 컴퓨터가 대신하게 되면서 저학력 근로자의 생산성이 떨어진 것이다.

오터 교수는 미래 노동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전통 전문직에 종사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최근 60여 년간 새로 나온 직업을 보면 항공기 설계자, 보안 분석가, AI 전문가처럼 신기술을 활용하는 일자리가 많지만 타투이스트 심리상담가 최면치료사 등 특정 분야의 전문 기술을 요구하는 직업도 많다. 오터 교수는 “특별한 지식 없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AI 자동화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며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일자리를 차지하려면 세밀한 분야의 고급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AI 기술 어디까지 왔나오터 교수의 특별강연 직후 열린 ‘AI와 인간의 융합’ 세션에선 “미래 노동시장에 대비하려면 AI 기술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좌장을 맡은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AI를 활용해 환자의 엑스레이를 적확하게 판독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나왔지만, 이 기술이 의사가 하는 일을 모두 대신할 순 없다”며 “AI 도구를 잘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게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AI는 기계가 결코 건드리지 못할 것으로 여겨지던 ‘창조의 영역’까지 넘나들고 있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디자이너들은 AI의 도움을 받아 자동차 휠을 설계하고 있다. 디자인 프로그램에 꽃 이미지를 입력하면 AI가 이를 토대로 다양한 휠 디자인을 내놓는 식이다. 김준석 현대차 에어랩 총괄은 “디자이너들은 AI로부터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고 있다”고 했다.

AI 기술의 신뢰성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최재식 KAIST 김재철AI대학원 교수는 “포스코와 함께 구축한 스마트 고로는 AI와 사람이 각각 90%, 10% 통제하고 있다”며 “2020년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신뢰성을 높이는 방법을 도입해 AI 기여도를 끌어올렸다”고 소개했다.

하정우 네이버 AI랩 연구소장은 “누구나 AI를 활용해 일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 소장은 “다만 모두가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코딩 한 줄 없이 업무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짜 주는 AI 기술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관점에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용/남정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