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한 발을 포함한 탄도미사일 여섯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전날 25발의 미사일에 이어 사거리가 1만5000㎞ 이상으로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까지 쏘아 올리며 무력도발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7차 핵실험’을 강행하려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진체 분리 뒤 탄두부 추락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40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ICBM 한 발을 포착했다. 최고 고도는 1920㎞, 비행거리는 760㎞로 탐지됐다.
이 미사일은 발사 후 1단 추진체와 2단 추진체가 각각 성공적으로 분리됐다. 하지만 탄두부가 비행하던 중 추력이 약해 속도가 떨어지면서 계획한 궤적에 비해 일찍 동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고 속도는 마하 15(음속 15배)로 지난달 4일 4500㎞를 날아간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개량형의 최고 속도(마하 17)보다 느렸다. 통상 ICBM의 최고 속도는 마하 20 전후다.
군 당국은 이번 미사일을 최신 ICBM인 ‘화성-17형’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지난 3월 16일 화성-17형을 발사했는데, 당시엔 고도 20㎞ 아래의 초기 단계에서 폭발했다. 이번엔 단 분리까지 성공한 만큼 일부 기술적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화성-17형은 2020년 10월 북한 노동당 75주년 열병식에서 처음 등장했다. 미사일 길이만 20m가 넘는 세계 최장 ICBM이며 사거리는 1만500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기술적으로는 완성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은 이날 오전 8시39분엔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도 발사했다. 비행거리 약 330㎞, 고도 약 70㎞, 속도 약 마하 5로 탐지됐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으로 추정된다. 한·미 공군, ‘비질런트 스톰’ 연장
북한이 도발 수위를 계속 높여가자 한·미 공군은 4일까지로 예정된 연합 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공군은 “공군작전사령부와 주한 미 7공군사령부는 북한의 도발로 고조되고 있는 현 안보 위기 상황하에 한·미 동맹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 현시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정천 북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8시38분께 조선중앙통신 담화에서 “미국과 남조선은 자기들이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담화 한 시간 뒤 추가 도발했다. 오후 9시35분부터 9시49분까지 황해북도 곡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앞서 정부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 중 참석해 상황을 보고받고 “한·미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도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핵실험 임박했나…연기 가능성도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카드는 사실상 핵실험만 남았다”고 예상하고 있다. ICBM은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인 만큼 ICBM과 ‘한 세트’인 핵실험도 임박했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9월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미국 중간선거일인 11월 8일 이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한이 이번 ICBM 발사를 실패로 판단할 경우 보완책 마련을 위해 핵실험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중의 전략적 관계 속에서 (핵실험이) 미국을 곤궁으로 몰 수 있는 카드가 돼야 하는데, 그걸 쓰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