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도 해주는 참고인진술조서 공개를 고용부는 왜 안 해주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중견 건설회사 직원이 만나자마자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직원은 얼마 전 회사 사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해 고용노동부와 경찰에 참고인으로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조사가 끝난 뒤 자신의 진술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를 했는데 고용부에선 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이례적인 사례처럼 보이지만 중대재해 수사 현장에선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업계와 법조계를 취재해 보니 참고인진술조서 공개를 거부당한 사례가 줄줄이 쏟아졌다. 고용부가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냐는 물음엔 누구도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비공개 결정에 대해 별다른 설명이 없었거나 “관련 지침이 없어서”라는 등의 짤막한 설명이 전부였다는 대답만 들었다는 게 소환 조사를 받은 이들의 공통된 얘기다.
자신의 진술조서가 어떻게 기록됐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조사받은 당사자의 당연한 권리다. 정보공개법은 사생활을 침해할 만한 정보가 아닌 이상 조사받은 사람 본인이 피의자 신문조사나 참고인진술조서 내용을 수사기관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런 이유로 검찰과 경찰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이고 있다. 진술내용 비공개를 두고 법적 분쟁으로 가더라도 수사기관의 패소로 끝날 때가 많다.
고용부는 중대재해 수사에서 절대적인 존재다. 수많은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에 대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수사 결과에 따라 사고 발생 기업 관계자들이 검찰에서 추가 조사를 받을지, 법정까지 가서 위법 여부를 가릴지 결정된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정부 기관에 걸맞지 않게 수사 방식은 여전히 미숙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먼지 털기식 수사로 정상적인 업무가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지는 이미 오래다. 이런 상황에서 참고인의 정당한 법적 권리마저 보장하지 않는다면 고용부의 역할과 존재 가치에 대한 불만만 증폭될 수 있다. 수많은 재해에 대한 진상 조사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 산업재해 전문 변호사는 왜 참고인진술조서 공개 요구를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잠깐이면 끝나는 수사를 받는 것도 아닌데 괜히 고용부를 자극해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용부 눈치를 보느라 속앓이만 하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한마디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