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부상을 '부친상'으로 속여 부의금 챙긴 공무원…법원 "파면 지나쳐"

입력 2022-11-03 15:13
수정 2022-11-03 18:13

숙부상을 부친상으로 속여 동료와 주민들로부터 부의금을 챙겼다가 파면된 구청 공무원이 징계 취소 소송에서 이겼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전직 공무원 A 씨가 소속 구청을 상대로 낸 '파면 및 징계부가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의 한 동 주민센터에서 일하던 A 씨는 지난해 1월 내부 직원 게시판에 부친상 부고를 올렸다. 당시 장례식장에는 전·현직 동료들이 참석해 부의금을 냈고, 일부는 지방에 차려진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했다.

A 씨는 평소 알고 지낸 지역 주민들에게도 부고를 알려 부의금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모인 부의금은 2천479만원에 달한다.

이후 A 씨의 부친상이 숙부상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고, 서울시 인사위원회는 같은 해 8월 A 씨를 파면하고 7천437만원의 징계부가금을 부과했다.

당시 A 씨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징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올해 4월 소송을 냈다. 그는 부의금 약 1천800만원을 돌려줬고, 어린 나이에 부친을 여의고 숙부와 가깝게 지내왔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A 씨 주장을 받아들여 "공무원의 신분을 박탈하는 것을 넘어 경제적, 신분상 불이익 등을 추가로 가하는 파면 처분은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보고 징계를 취소했다.

또 "A 씨 행동이 잘못된 것은 맞지만 숙부의 장례비를 부담하는 등 고려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해임'을 넘어 추가 불이익이 동반되는 '파면'까지 이르는 것은 과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징계부가금 산정에도 A 씨가 돌려준 조의금을 반영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봤다.

A 씨는 현재 징계 외에도 구청으로부터 고발당한 사기 혐의로 서울동부지법에서 재판 중이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