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배테랑 통상 전문가인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업계에선 미·중 반도체 패권 전쟁으로 고심이 깊어진 삼성전자에 유 전 본부장이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가 높다.
3일 오전 삼성전자는 경기도 용인시의 삼성 인재개발원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유명희 전 본부장과 허은녕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부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삼성전자가 임시주총을 연 것은 2016년 10월 이후 약 6년 만이다.
유명희 전 본부장은 30여 년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통상에 몸담았다. 1995년 통상산업부가 선발한 첫 여성 통상 전문가로 산업통상자원부 자유무역협정교섭관 겸 자유무역협정추진 기획단장(2015~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2019~2021년) 등을 지냈다.
통상교섭본부장이던 2020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에 입후보해 최종 결선에 올랐다. 지난해 8월 공직생활을 마무리한 후에는 외교부 경제 통상대사를 역임, 서울대 국제대학원 객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배테랑 통상 전문가로 쌓은 유 전 본부장의 화려한 이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맞닥뜨린 대외 경제 상황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격화되면서 삼성전자를 위시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셈법은 날로 복잡해지고 있다.
사외이사는 기업 외부의 객관적인 위치에서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을 감독·감시하고 자문한다. 이에 통상·교섭 능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유 전 본부장의 경험과 능력이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유 전 본부장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을 받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새 사외이사로 함께 선임된 허은녕 서울대 교수도 삼성전자의 경영 현안에 대응하는 데 적임자로 평가된다. 허 교수는 2017년부터 2018년까지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을 지낸 에너지 전문가다. 삼성전자는 허 교수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외이사 선임으로 이사회 구성을 마쳤다. 삼성전자의 사외이사진은 올해 상반기부터 두 자리가 공석이었다. 지난 4월 한화진 사외이사가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되면서 사퇴했고, 5월에는 박병국 사외이사가 별세해 사외이사 수가 기존 6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상법에서는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최소 3명 이상)를 사외이사로 두도록 규정한다.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를 충원할 수도 있었으나 이사회를 조기 구성하기 위해 이날 6년 만에 임시 주총을 열었다.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에 앞서 이태원 참사 사망자를 애도하기 위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주총은 온라인으로도 생중계 됐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